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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처럼 살아 보자

회사는 너의 파트너일 뿐

by Milanokim Feb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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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어 회사를 위한 충성심, 애사심이 가장 중요한 종업원의 자세였었다. 그 당시 목숨을 걸고 일을 하여 과로사를 하는 경우도 꽤 있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지.

IMF를 거치며, '경영상의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해고'라는 말이 유행을 했고, 기업들은 수시로 말년부장, 만년과장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고,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시로 인력 효율화도 필요하고, 지금은 명예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것이 상식이 된 세상이 되었지만 처음 우린 바뀐 세상에 잘 적응을 못했었었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와 너의 가장 좋은 관계는 Partnership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원이 회사를 위해 희생을 할 필요도 없고, 회사도 직원에게 강요를 하거나 양보를 할 필요도 없다.

성과가 있으면 승진이나 임금으로 보상을 하고, 성과가 나쁘면 벌을 받으면 된다.

그 벌은 급여 삭감이 될 수도 해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싶었다.

 

조직문화라는 것이 있다.

요즘은 잘 모르지만 보통 회사를 입사하면 1개월 정도 입문교육을 받는데, 이를 통해 회사의 사훈 이념 등을 주입식으로 배우고, 회사에 출근하면 사내 TV를 통해서 아침 방송을 시청하고, 부서를 배치받고 나서도 계속 조직에 그 문화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XX맨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어느 순간 신입사원이었던 너에게서도 그 조직 그들만의 특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 후 일 년이 채 안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맡아서 일을 하던 하청공장의 영업이사로부터 봉투를 받게 되었다. 여름휴가 가는 데 보태서 쓰라고 하면서 흰 봉투를 주는데, 나는 이런 행동에 약간의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 회사는 정성을 준 것일 수도 있지만 난 그 자리에서 봉투를 집어던지며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이 따위 짓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뛰어나왔다. 나는 이 사건 이후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이 업체에 보복성 납기 클레임을 청구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응대를 한 것은 교육이나 조직문화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10여 년 후 비슷한 경험을 한 번 더 하는데,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에 수입 원단을 발주했었는데, 본인이 받는 에이전트 커미션이라고 발주 금액의 5%를 계산하여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좀 쌓여서, 나는 이 봉투를 선배에게 도로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받으면 제가 당당하게 회사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회사 생활하는 방법, 그리고 자기가 지켜야 할 가치도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의사결정권자이다

 

직원들 중 일을 잘하는 사람과 잘 못 하는 사람은 바로 구분이 된다. 성과를 잘 만드는 사람과 아닌 사람, 평가를 잘 받아 승진이 빠른 사람과 아닌 사람, 나는 그 들을 구분하거나 차이 나게 만드는 가장 큰 것이 일을 대하는 그들의 고민의 깊이나 강도 차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불편에 그대로 적응을 한다. 아 이 회사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그러나 제대로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은 사소한 불편대해서도 아주 많이 불편함을 느끼며 불만을 표한다.

왜 이런 환경을 감수할까? 왜 이렇게 불편하지? 하는 물음에서 시작해 결국은 그 불편을 개선해 낸다.

대부분의 발명가들은 본인이 느끼는, 주변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런 불편을 개선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같이 일을 해 보면 시키는 일을 하는데만 익숙한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수명업무를 받았을 때 그것에 대한 개념을 고민하고 최선의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업에서든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 중심으로 일이 전개가 되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나는 입사 후 3년 차부터 일 년에 한 번 가기도 어려운 유럽을 4번씩 출장을 다니게 되었다.

경력도 실력도 부족하지만, 하루의 거의 2/3를 회사 업무 투자하고, 시장조사 및 업무 개선에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팀 전체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계와 질시가 있었지만, 사업의 결과까지 좋아진 상황이 되니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아 특진을 하기도 했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를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매일 잔업을 했다,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 했다 이런 뜻이 아니다.


학벌도 좋고, 똑똑하고, 경력도 좋은 직원이 입사를 하였다.

성격도 좋고 말귀도 잘 알아들어 그 친구와 대화를 하면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본인이 너무 잘 나서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충고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일 인분 이상 업무를 쳐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 좀 느려도 사고는 없는데 이런 사람들이 알아서 일을 하면서 사고를 자주 친다.


골프공 선물세트를 개발하고 제작을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사연으로 10월이 되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상품은 판매를 위한 것이지 작품이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이건 항상 자금계획, 영업계획 등을 고려하여 스케줄을 관리해야한다.

만약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여 다음 3월을 납기로 스케줄을 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이 친구는 납기가 늦어지니 업체를 독촉하고 서둘러서 12월 초에 생산을 다 해버렸다.

그 제품은 이후 출시되거나 전시되지도 못하고 영업시즌이 될 때까지 3개월간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어설프게 똑똑한 직원의 이야기도 있다.

설날을 대상으로 선물세트를 만들어, 고급 선물세트를 판매하자는 영업 목표를 세워 선물세트 제작을 하게 되었다.

제품이 워낙 고급이다 보니 많은 업체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구매를 할 것처럼 샘플도 요구하고 상담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넘친 이 직원은 구매가 확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고민 끝에 가능성을 50% 정도로 고려하여 3,500개의 고급 선물박스를 제작한다. 그러나 한 곳에서도 주문이 안 들어오고 이 선물박스는 3년째 창고에서 보관료를 내고 있다.

실적이 중요하지만 Risk관리를 전혀 못하는 영업 경험이 부족한 똑똑한 세일즈맨이었다.

 

늘 물처럼 살려고 노력해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 좋아하는 조직이나 싫어하는 조직속에서도 그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 좋은 조직 나쁜 조직도 3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되기는 어렵다. 회사는 개인이건 법인이건 사람이 바뀌거나, 조직이 바뀌거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변화하게 되어있다. 시내에 가면 시냇물이 되고, 바다에 가면 바닷물이 되며, 연못물도 수도물도 될 수 있도록 어울리도록 유연한 자세를 가지다보면,  그 속에서 가장 어울리는 혹은 찬란한 사람이 되어 있는 어느새 훌쩍 성장한 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전부 너의 친구가 되어 앞에서 뒤에서 마구마구 도와주게 될 것이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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