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뤼네부르크
중세 초기 유럽 무역을 주름잡은 '한자동맹'이 있었다. 독립된 도시 국가의 연합체 개념이었는데, 이들은 신성로마제국의 보호를 거부한 대신 직접 군대도 보유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융성하였다. 그리고 한자동맹의 리더인 항구도시 뤼베크(Lübeck)는 '한자동맹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뤼베크를 통해 수출된 교역품 중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이 소금이었다. 중세에는 금보다 귀했다는 소금이므로 한자동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품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바위에서 소금을 채취해 정제하는 암염 광산이 '금광'과도 같은 부의 원천이었는데, 그 생산지가 뤼네부르크(Lüneburg)였다. 말하자면, 한자동맹의 여왕의 배후에서 동반 번영한 소도시 뤼네부르크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일메나우강
중세에 교역은 뱃길로 이루어졌다. 뤼네부르크에 흐르는 일메나우강(Illmenau)은 엘베강(Elbe)과 만나 함부르크로 연결된다. 그리고 교역에 진심인 한자도시들은 1300년대에 이미 엘베강과 뤼베크를 연결하는 운하를 만들었기 때문에 뤼네부르크는 뤼베크와 함부르크라는 두 거대 항구에 모두 쉽게 연결되는 이점으로 상업이 발달하였다. 지금도 일메나우강 주변은 품격 있는 건축물과 옛 기중기 등이 고즈넉한 정취를 이룬다.
Scene 2. 암 잔데
암 잔데(Am Sande)를 직역하면 '모래 위'라는 뜻. 일메나우강을 통해 물건이 들어오면 이 자리 모래톱 위에 가판을 세우고 진열하며 판매하는 장터가 열렸다고 한다. 이후 뤼네부르크의 상업가로 번영하면서 15~16세기경 지금의 벽돌 고딕 양식으로 아름다운 거리가 완성되었다. 뤼네부르크는 한자동맹이 해체된 후 빠르게 쇠퇴하였기 때문에, 암 잔데가 뤼네부르크 마지막 전성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Scene 3. 성 요하니스 교회
암 잔데에 이어지는 곳에 108m 높이의 거대한 첨탑을 세운 성 요하니스 교회(St. Johanniskirche)가 보인다. 1300년대에 지어졌으며, 1400년대 초반 화재로 탑이 붕괴되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탑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건축가가 이것을 확인하려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실족하여 추락했는데 건초더미 위에 떨어져 목숨을 구했고, 자신의 운을 자축하며 그날 밤 폭음하다가 사망했다는 다소 황당한 전설이 전해진다. 1600년대 30년전쟁 당시 뤼네부르크의 소금업자들은 도시가 무사하면 매일 신에게 감사하겠다고 서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교회탑에서 금관 악기를 연주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Scene 4. 마르크트 광장
시장이 열렸던 도시의 중심지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의 모습도 14~15세기에 거의 완성되었다. 13세기부터 존재한 시청사가 광장의 중심이 되는 가운데,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시청사 꼭대기에는 41개의 마이센 도자기로 제작한 카리용이 설치되어 정해진 시각마다 음악을 들려준다.
Scene 5. 아우프 뎀 메어레
시쳇말로 '나만 알고 싶은 스폿'이라 소개하고 싶은 곳. 엄밀히 말해서 관광지는 아니고 현지인이 살아가는 주택가이므로 유명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름은 아우프 뎀 메어레(Auf dem Meere), 직역하면 '바다에' 정도 되겠다. 작고 낮은 옛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길이 깔린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적인 곳이다. 동네가 '바다'로 불린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이 부근은 지반이 낮아 지표와 지하수 사이의 공간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침수를 막고자 건물에 지하실 대신 지반을 메워 집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바다'라고 불린 게 아닌가 추측한다.
뤼네부르크는 한자동맹의 해체와 함께 빠르게 쇠퇴하는 바람에 전성기가 짧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 짧은 시기의 건축양식이 집중적으로 드러나 한 시대의 도시 풍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에 좋다.
널찍한 광장, 번화가, 높은 교회 첨탑, 좁은 골목, 강변까지 모든 곳에 16세기 이전의 시간이 박제되어 있는 뤼네부르크. 활기찬 소도시 여행지로 추천한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