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를 만나러 가는 길

독일 소도시 여행 - 바이마르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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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단 한 명의 인물을 고르라면 십중팔구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를 꼽을 것 같다. 그가 유명한 소설가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아우르는 19세기 독일 지성의 뿌리와도 같은 인물이며, 그의 사상이 스노우볼처럼 굴러 독일이라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독일이라는 단일국가는 1871년 시작되었다. 그게 괴테의 스노우볼이다.


괴테 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그의 고향 프랑크푸르트다. 그런데 그의 생애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면 괴테의 도시는 바이마르(Weimar)다. 괴테를 만나려면, 괴테의 사상을 만나려면, 괴테의 영향력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하려면, 우리가 가야 할 도시는 바이마르다. 왜 그러한지,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괴테 국립박물관

괴테가 <젊은 베르터의 고뇌>로 막 이름이 알려졌을 때 바이마르의 대공이 괴테를 초빙하였다. 괴테는 잠시 바람이나 쐬자는 마음으로 초청에 응하였다가 바이마르에 눌러앉게 되고, 여기서 국정에도 참여하고 도서관 관장도 역임하며 지도적인 역할에 적극 참여하였다. 대공이 마련해준 거처는 괴테가 죽는 날까지 살았으며, 오늘날에는 괴테 국립박물관(Goethe-Nationalmuseum)으로 개방 중이다. 괴테가 실제로 살았고, 창작했던 공간이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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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괴테 국립박물관


Scene 2. 시립궁전 & 아나 아말리아 도서관

괴테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를 초청한 이는 아나 아말리아(Anna Amalia) 대공비였다. 그녀는 대공인 남편이 요절하고 젖먹이 아들이 대공이 되자,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섭정으로 공국을 통치하였다. 그녀는 성인이 된 아들 옆에서 훌륭한 지성인이 멘토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괴테를 초청하였는데 서로간의 시너지가 기대 이상이었던 셈이다. 문학, 예술, 과학을 적극 지원한 대공비의 노력, 이 모든 것을 리드한 괴테의 존재 덕분에 동시대 바이마르에서 극작가 실러, 음악가 리스트, 철학자 니체 등 수많은 '네임드'가 교류하며 인문학의 꽃을 피웠다. 소위 '바이마르 고전주의'라 부르는 이 성취는 시립궁전(Stadtschloss)에서 시작하였고, 대공비의 이름을 딴 아나 아말리아 도서관(Herzogin Anna Amalia Bibliothek)으로 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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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시립궁전 | 우: 아나 아말리아 도서관


Scene 3. 국립극장

'바이마르 고전주의'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장소는 국립극장(Deutsches Nationaltheater) 앞 괴테와 실러 동상이다. 괴테와 실러는 바이마르에서 긴밀히 교류하며 고전주의에 입각한 사상의 꽃을 피웠고, 실러의 역작 <빌헬름 텔>도 바이마르에서 초연하였다.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이들의 사상은 "독일인의 단일국가"를 원하는 열망을 일으켰고, 독일제국의 출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극장 앞에서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옛날 위인 동상이 아니라 한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이정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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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국립극장


Scene 4. 마르크트 광장

시립 궁전 주변으로 바이마르 구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좁은 골목 사이로 번잡하지 않은 단아한 매력이 있다. 실러가 살았던 건물도 이곳에 실러 박물관(Schiller Museum)으로 열려 있다. 좁은 골목이 만나는 곳에 구시가지의 '배꼽'과 같은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이 등장하는데, 시청사와 옛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광장에서 전통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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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르크트 광장 | 우: 실러 박물관


Scene 5. 바우하우스 박물관

인문학이 만개한 바이마르에서 또 하나의 세계적인 성취를 이룩했으니,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레전드' 혹은 '선구자'로 현대건축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바우하우스다. 바우하우스(Bauhaus)라는 이름의 건축학교가 1919년 처음 문을 연 도시가 바이마르다. 인간 중심, 실용 중심, 이론 중심의 바우하우스 철학은 바이마르 고전주의와 맥이 닿아있다. 지금도 바이마르에 바우하우스 이름을 가진 대학교가 운영 중이며,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주요 작품 및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바우하우스 박물관(Bauhaus-Museum)이 2019년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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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바우하우스 박물관

바이마르를 여행하는 것은 고전주의의 한가운데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독일의 위대한 지성이 함께 쌓아올리고 바우하우스라는 현대의 결실까지 이어진 위대한 정신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결국 그 정점엔 괴테가 있고, 실러가 함께 있고, 아나 아말리아 대공비가 있다.


바이마르에서 괴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당신은 인문학의 성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바이마르 고전주의와 바우하우스는 각각 별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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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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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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