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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 첫날. 멕시코시티 서민촌을 가다.

여행의 첫날 나는 위험하다는 그곳을 갔다.

by B CHOI Mar 22. 2025



남미여행 첫날 멕시코시티 서민촌을 가다.


내 마음속에 남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뿌리가 남미 서민촌이다.

모든 인터넷 정보는 남미를 여행하기에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빈민촌이다.

그곳을 가보지 않고는 난 남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남미여행 첫날. 나는 멕시코시티 외곽 서민촌을 향했다.




시외버스 터미널.


남미의 거의 모든 시외버스 터미널은 위험한 지역이다.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당하고 털린 곳이다.

멕시코시티 시외버스터미널도 역시 그렇다. 우선 외국인이 없다. 동양인이건 유럽인이건 여행자는 거의 없다.

여기에 동양인이 나타나면 일단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행자라면 더욱 취약해진다.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눈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다


사람들은 친절하다. 말이 안 통해서 그렇지 느껴진다. 어떤 방식이든 의사가 통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면 나를 위하여 무엇이든 해 줄 태세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고속도로 톨케이트는 사람이 있다. 돈을 받고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내준다.

노선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 그 무료한 시간 동안 운전기사와 톨게이트 아줌마는 뭔가 대화를 한다. 그리고 서로 웃는다. 



케이블카가 다닌다.


멕시코 시내를 벗어나면 하늘에 케이블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케이블카는 서민들의 교통수단이다. 

멕시코시티 외곽지역은 평지라기보다는 언덕이 많다. 케이블카는 이 언덕을 넘어간다. 


케이블카는 획기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교통체증도 신호대기도 없다. 그냥 정해진 궤도를 따라서 하늘길을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보인다. 계획된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차들이 다니기에 충분한 차선과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선버스나 철도를 공급하기보다는 하늘에 케이블카를 설치한 것이 정말 획기적인 발상인 것 같다. 




옥상마다 물탱크가 있다


주택은 1층이나 2층이다. 양식은 철근콘크리트 골조이다. 그리고 벽돌로 벽을 쌓았다.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옥상에 물탱크가 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이상이다.


아프리카와 정말 비슷한 분위기이다. 사람만 남미 사람이 아니라 아프리카 사람으로 바꾼다면 아프리카 도시들의 서민 마을과 너무 닮았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물탱크가 없다.

아프리카는 상수도 시설이 아예 없어서 물탱크가 필요가 없다.

남미는 상수도 시설은 있지만, 물이 매일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물이 나올 때 이를 저장해 두기 위한 물탱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류학자들 가운데 어떤이는, 밤에 스위치를 올리면 전깃불이 들어온다면 상위 20%.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온다면  상위 10%. 온수 꼭지를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면 상위 5%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참 인프라가 좋다. 고마운 일이다. 




남미의 경로사상


버스는 노약자석이 없다. 그러나 노인이 타면 젊은이들이 자리를 비켜준다. 

남미 사회를 지탱하는 불문율 가운데 경노, 약자보호 그런 전통이 있나 보다.




여성의 지위.


시외버스는 모두 현지인들이다. 외국인은 나 혼자이다.

옆자리에 한 중년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둘이 싸운다. 여성이 뭔가 불만이 있나 보다.

공공장소에서 부부가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여상의 지위가 가정과 사회에서 결코 남성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것의 증거 일지도 모른다.




낭만.


청년 셋이 버스에 탔다.

자리가 있는데도 앉지 않고 복도에 나란히 선다.

한 청년이 승객들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팬플룻을 꺼내서 연주하기 시작한다.

내 귀는 유튜브 때문에 이미 고급화되어있다. 연주가 그리 신통하지는 않다. 승객도 큰 반응이 없다. 

버스는 다음 정거장에 정차하고, 그 청년들은 요금을 내지 않고 내린다. 

그라시아스. 그 청년들이 운전기사에 남긴 인사말이다.  


멕시코 시티 서민마을엔 위험요인보다는 정과 낭만이 있음을 느끼다.



악마의 동상


왜 그런 조형물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현지 사연을 알 수 없는 여행자에게는 

고속도로변의 그 조형물이 악마의 동상으로 보인다.


갈 때는 그 조형물이 섬찟해 보였다. 오싹했다. 아 나는 지금 너무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나 보다. 가지 말아야 할곳으로 가나보다. 

하지만 서민마을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나는 그 동상을 보지 못했다.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5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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