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열정
이번 연재에서 얘기해 볼 책은 산도르 미라이가 지은 <열정>입니다. 헝가리문학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알리고 헝가리문학은 <운명>, <인류의 비극>과 같이 인간 내면의 탐구와 역사적 억압을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어떨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열정>은 단 두 명의 인물만이 등장합니다. 헨릭과 콘라드라는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하는데요. 헨릭의 초대를 받은 콘라드가 헨릭과 마주하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둘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헨릭은 놀라운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절정을 향해가죠.
재밌는 점은 두 남성의 하룻밤동안의 대화가 소설의 내용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죠. 특히 헨릭이 대부분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독백소설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콘라드의 대답 등이 섞이면서 독백과 대화의 미묘한 중간을 이어가는 게 이 책의 특징입니다.
처음에 읽으면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헨릭 때문에 지루하고 피곤함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소설 전반적으로도 만연체의 문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그런데 이 피곤함을 이겨내고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소설의 내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자기의 감정을 쏟아내는 헨릭에 본인이 동화되거든요.
책의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지만 헨릭은 콘라드에게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41년 만에 만났음에도 그 감정은 지워지지 않았죠. 때문에 처음에는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던 헨릭도 점점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서로의 감정적 갈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반대로 콘라드는 끝까지 명확한 답을 회피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두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후회와 집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열정>이라는 책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헝가리 문학의 특징 중 하나인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탐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사건 중심이 아닌 감정의 탐구와 변화에 대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 책, <열정>을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