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잘 믿는다.
사기나 보이스피싱 같은 문제와는 다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고, 금방 친해진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
내 동료나 남편은 처음 만난 사람을 우선 의심한다.
조금씩 경계하며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다가간다.
이런 성향은 독서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기본적으로 책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진실이라고 믿고 감정이입하며 읽는다.
그리고 옳다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반면, 남편은 책을 읽을 때도 의심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도 금방 파악해 버린다.
“저거 PPL이야.”
“저 사람들, 인플루언서 되고 싶어서 나온 거야.”
“저거 리뷰 이벤트 해서 리뷰 많은 거야.”
나는 있는 그대로 믿고, 남편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그런 남편 덕분에 나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나는 종종 남편에게 말하곤 했다.
“책에서 그렇다고 하잖아. 믿으면 되잖아.”
그런데 오늘, ‘인생에 한 번은 유대인처럼’이라는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을 보고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송나라의 학자 주희는 말했다.
“독서를 할 때 의심하지 않는 자는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의심하는 자는 의심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발전할 수 있다.”
독서할 때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부족한 점을 남편이 채워주고 있구나.
서로 다름으로써 보완해주고 있구나.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끔,
남편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게끔.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계속된다.
한쪽 눈은 믿고,
한쪽 눈은 의심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