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by 고인물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잘해야만 한다."

이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야속하고 차갑게 들립니다. 마치 우리가 쏟아부은 땀과 시간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냉정한 문장 속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우리가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성장의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을 한번 떠올려볼까요? 교과서가 새까맣게 되도록 밑줄을 긋고, 쉬는 시간조차 아껴가며 밤새워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성실함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성적표는 그 노력만큼 빛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어떤 친구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잠도 푹 자는 것 같은데 시험만 보면 보란 듯이 상위권 성적을 받아 가곤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고 느꼈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져 억울해하기도 했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보니, 이 씁쓸한 현실은 학교 담장 밖에서도 여전히, 아니 훨씬 더 냉혹하게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서류와 씨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성실함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며, 동료들에게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성실함은 신뢰의 자산이 되니까요. 하지만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는 단순히 부지런히 움직이는 부품보다는, 그 기계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엔진을 더 필요로 합니다. 결국 조직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더 큰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관리하고 지휘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조직의 생리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손이 빠르거나, 상사의 지시를 군말 없이 이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능'에 불과합니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눈앞에 놓인 업무 하나하나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지금 우리 조직이, 혹은 내 프로젝트가 어디 쯤 와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조망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나무를 베느라 톱질에만 열중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톱을 멈추고 잠시 나무 위로 올라가 우리가 베고 있는 숲이 올바른 방향인지 확인합니다.

또한, 일을 잘한다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강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00가지 일 중에서 99가지를 적당히 처리하더라도,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1가지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무서운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덜 중요한 부분에서는 힘을 빼고 타협할 줄 아는 유연함, 그리고 정말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줄 아는 강약 조절이 바로 실력입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100의 에너지를 쓰다 지치지만, 잘하는 사람은 20의 노력으로 80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타격합니다.

여기에 더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 보고, 다가올 문제를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는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귀한 능력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뻔한 데이터를 넘어, 그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열심히 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완성하는 것은 태도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이때 열심히만 하는 사람은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라며 자신의 노력을 방패 삼아 변명하려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은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집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더 빠르게 수정하고 보완하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과정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날 선 지적이나 나와 다른 의견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 생각만이 정답이 아님을 인정하고, 동료의 비판을 성장의 거름으로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해 나가는 유연함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입니다.

우리는 이제 '열심'이라는 달콤한 자기위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밤새워 일했다는 뿌듯함이 성과를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노력 없는 성과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기본적으로 성실함은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하지만, 그곳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상황을 읽고, 중요도를 따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열린 마음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잘하는 자신'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 맹목적인 열심보다는 냉철한 통찰로 하루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잘 달리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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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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