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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징글한 미역국

마이 무따 아이가~

by Kidcook Feb 15. 2025

영양사 경력 20년이 좀 넘는 동안 반 절에 가깝게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을 했다. 그래서 미역국이란 미역국은 엄청나게, 남들이 평생 먹을 양의 미역국을 먹었으리라. 아침, 점심, 저녁, 야식까지 하루에 4끼를 산모들에게 제공을 하다 보니 하루에 기본 2끼에서 4끼 모두 먹은 적도 있다. 검식이 영양사의 직무이자 책임이다 보니 업무상 해야 하는 거지만 매일 먹고, 보고 하다 보니 사실상 좀 질리기도 했다. 다행히 미역국을 좋아해서 일하는 동안 별 어려움 없었지만, 아주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먹기 싫은 적도 몇 번은 있었다... 그래도 8년 동안 몇 번이니 양호한 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집에서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이유식할 때 말고는 미역국은 잘 끓이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쉬고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미역국이 먹고 싶었다. '그래, 오늘은 미역국 너로 정했어!' 집에 있던 건미역 한 줌을 꺼내고, 냉동실에 소분해 둔 소고기 한 팩을 꺼내서 어제 미리 해동을 시켜두었다. 다진 마늘, 국간장, 까나리액젓, 참기름을 꺼내서 준비해 두고, 미역국을 끓여본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선 소고기는 흐르는 물에 핏물을 한 번 씻어서 물기를 짠 후 준비하고, 건미역은 30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불렸다. 사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미역 불리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찬물이 아닌 약간은 미지근한 물로 불리는 꼼수를 부려보았다. 불린 미역도 찬물에 주물러 씻은 물기를 짜서 준비해서 냄비를 달군 소고기를 넣고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달달 볶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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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은 왜 안 넣냐고? 나는 참기름을 넣어서 볶지 않는다. 참기름을 넣어 볶으면 뽀얀 미역국을 만나볼 있지만 맑은 미역국을 먹고 싶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친정엄마가 알려주신 데로 참기름도 넣어서 달달 볶은 후에 물을 붓고 끓였지만, 언젠가 참기름 넣지 않하는 미역국 맛집 비법을 언젠가 이후로 방법을 따르고 있다. 그렇게 해보니 국물 맛이 시원하면서도 고기육수 맛이나 미역 본연의 맛을 느낄 있었다. 이후로는 계속 방법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아예 넣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수저 살짝 넣어서 둘러주면 고소한 향을 느낄 있기 때문에 완성될 무렵에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안 넣었더니 아이들이 맛이 없다고 안 먹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에 넣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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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볶다가 옆길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소고기를 볶은 후 이번에는 불린 미역을 추가로 넣고 또 국간장을 넣어서 충분히 볶아준다. 소고기와 미역을 같이 볶아도 되지만 소고기를 볶아서 맛과 향이 냄비에 충분히 빠져나오면 미역에도 그것들이 골고루 스며들어 미역과 소고기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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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물을 붓고 센 불에서 충분히 끓여준다. 나는 20분가량 센 불에서 끓여주었는데,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고 미역이 좀 흐물거려졌을 무렵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추가 간을 하면서 까나리액젓을 넣어준다. 


국간장은 간을 맞추는 용도지만 깊은 맛을 내주기도 한다. 또, 그에 비해 까나리앳젓은 국간장으로 완성되지 않는 감칠맛을 낸다. 까나리액젓은 비린내가 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뚜껑을 열고 팔팔 끓여주면 향은 모두 휘발되어 날아가고 입에 착 붙는 감칠맛이 남게 된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맛있는 맛의 미역국을 완성할 수 있다.


일로써 미역국을 만났을 때는 하도 많이 먹고 봐서 징글징글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추억의 미역국이 되어서 내가 만들고 보니 또 감회가 새롭다. 오늘 맛난 미역국을 먹으니 아이들이 "엄마, 미역국 맛있어요." 그런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갑다"라고 했지만, 나도 맛있었다. 오늘도 한 끼 잘 먹었다.


자세한 미역국 레시피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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