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빠고래의 이야기(2)
아빠의 이야기다.
술을 아주 좋아하는 필자의 아빠.
때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었던 어린 시절, 명절이었다.
우리는 연휴 첫째날, 그러니까 까치까치설날같은 명절 전날, 할아버지 댁에 모여서 하룻밤을 자고 명절날 아침 차례를 지냈었다.
늦은 오후 쯤이었나, 아빠에게는 갑작스런 지인의 부고가 와서 명절 전날 문상을 가야하는 일이 생겼다.
차례상 준비는 보통 어두워지기 전에는 끝나기때문에 집안 어른들과 우리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자정 전에는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한 아빠는 연락이 안되었고...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 휴대전화가 흔히 보급되었던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처럼 모인 모든 가족이 다 아빠를 걱정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새벽에는 오겠지, 아침에는 오겠지, 차례 지내기 전에는 오겠지...하며 기다렸지만 아빠는 결국 차례가 끝나기 전까지 오지 않았었다.
그 때문에 나의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나셨었다.
그날 아침 밥상은 정말 살얼음판이었다고 했다. 사실 어린 나는 그때의 분위기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렸던 나는 엄마와 큰엄마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지난밤의 꿈이 생각나서 엄마에게 꿈 얘기를 해줬다.
"엄마! 꿈속에서 이빨이 막 와르르 빠졌떠!"
그랬더니 옆에 계시던 큰엄마가 너무 놀란 목소리로 "어느 이빨이 빠졌냐"고 물었다.
"위에 있는 앞니가 빠졌떵!"
요즘에는 그런 걸 안믿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가 빠지는 꿈은 대체로 흉몽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윗니가 빠지면 나보다 윗사람, 아랫니가 빠지면 나보다 아랫사람이 화를 당한다는, 대충 그런 해석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말그대로 아연실색을 했다.
행방이 묘연한 아빠, 그리고 흉몽을 꾼 딸...
화가 잔뜩 나있던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는 엄청난 걱정과 불안감으로 휩싸였다.
물론 우리엄마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초조함에 아무 말도 못했다.
★그리고 아빠는 무사히 만취한 채로 귀가★
할아버지는 어쨌든 살아돌아왔으니 다행이라며 마음을 한시름 놓으시고는 아빠를 혼내지 않으셨다.
대신 우리엄마가 아빠를 엄청나게 혼냈다^^
그래서 우리아빠는 내 딸이 자기를 살렸다며 아주 둥가둥가 나를 예뻐했다는 해피엔딩~!
요즘에는 이 빠지는 꿈을 다르게 해석한다고 하네요.
그대로 대체로 좋은 쪽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길몽, 흉몽 구분않고 많이 꾸는 편인데
아무리 좋은 꿈을 꿔도 로또는 5천원도 안돼요.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