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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북부 그림같은 시골에서의 하루

2 - 까오방 반지옥폭포 근교 따이족 전통가옥에서 1박하기

by 뺙뺙의모험



까오방에서 눈을 떴다. 버스는 나를 다섯시 반쯤 시내 한복판에 내려주었고 (숙소 예약한 사람들은 각자의 숙소 앞에) 나는 화장실을 찾으려고 문 연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으나, 구글에서는 24시간 영업이라고 되어있던 카페들도 다 문을 닫았다.


결국 호텔에 부탁해서 해결... ㅠㅠ


까오방시도 고층건물이 좀 있는 중소도시급은 되는데... 여기는 그랩이 안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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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 Stop to Ban Gioc Water Fall

51 Kim Đồng, P. Hợp giang, Cao Bằng, 베트남


어떤 천사같은 여행자가 반지옥 폭포쪽으로 가는 버스 타는 곳을 구글맵에 표시해놓아서 그리로 걸어갔다.

방향을 맞춰 도로에 선다음, 달리는 야생의 3번버스를 잡아서 타면 된다 ㅋㅋ



이 쇼핑센터가 아니라 그 맞은편에서 기다려야 함.


요렇게 생긴 버스고, 배차간격은 30분에 한대씩인데...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떠났다... ㅠㅠ


그래서 세계 최고의 샌드위치인 반미 하나 사먹으면서 기다렸다. 여기에 나와있는 고기들을 다 조금씩 잘라서 넣어주고, 채소를 듬뿍 올려서 만들어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갓갓샌드위치가 2만동밖에 안할 수 있지.....? 바게트의 고소함은 가지고 있으면서 훨씬 폭신한 빵도 너무 맛있다.


정말 사상을 바꿀수 있을것같은 맛이다. 네 반미해야죠. 반미하겠습니다.


그리고 버스가 와서 탑승. 시내버스라고 하지만 두시간 반을 가야 하고 버스비는 8만5천동.


흔한 베트남 시내버스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베트남 시내버스들이 으레 그렇듯이 퀵서비스용으로 더 많이 쓰이고 사람보다 짐이 더 많이 탄다.

산이 뾰족뾰족한 이유는 여기가 카르스트지형 - 거대한 석회암지대이기 때문


날씨가 흐려서 아쉽지만 흐린 날씨에도 버스 밖 풍경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난 반지옥 근처의 전통가옥에서 1박을 하기때문에 중간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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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닭들을 따라서 골목길을 걸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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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홈스테이에 도착했다. 1박에 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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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없고 고양이만 있었다. 얘가 체크인을 해줄수는 없고...


베트남카톡인 Zalo로 너의 고양이를 인질로 잡고있으니 나와서 응대하라 라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주인분이 오셨다 ㅋㅋ


(사실 이렇게 보낸건 아니고 이 사진 찍어 보내면서 나 도착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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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의 바이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장실은 공용이고 방은 심플. 아 얼마만에 매트리스에 누워보는건지 (그전: 인천공항노숙 → 침대버스)

저 고양이 이름은 미야오인데... 방까지 따라들어왔다. 고양이는 내 배위에서 자고 나도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서 여자사장님과 함께 심플한 점심을 먹었다.

영어를 조금 할줄 아시지만 프리토킹이 가능하실 정도는 아니라서 번역기를 섞어가며 대화했다.

여기는 별다른 식당이 없는 깡시골이라 식량을 홈스테이에 의존해야 한다.


돼지고기와 신맛 나는 채소, 양파를 볶은 요리와 유부로 만든 수프, 여기에 사진엔 없지만 계란부침 하나 이렇게....

인니에서도 느낀거지만 동남아의 집밥은 정말 한식과 비슷한 느낌이다. 자취생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집밥 잘 못먹는데

이날은 날씨가 흐리니까 반지옥폭포가 아니라 동굴탐험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동굴까지는 20분 조금 넘게 걸어가면 된다.


미야오가 집 앞까지 따라나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기까지가 얘 영역인지 여기서 멈췄다. 아 귀요미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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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소수민족 따이족의 전통가옥들을 지나서


아름다운 길을 걸어 동굴 입구까지 간다.


거대한 석회암지대인 까오방에는 이런 소소한 동굴들도 널려있다. 여기는 다른 홈스테이가 쓰고 있는 공간. 동굴안에서 아침먹으면 기분 좋을것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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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ộng Ngườm Ngao

cửa ra động ngườm ngao, gần, Đàm Thuỷ, Trùng Khánh, Cao Bằng, 베트남



Nguom Ngao (응엄 응아오)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 소수민족의 언어로 호랑이라는 뜻.


45만동짜리 혼자 돌아볼수 있는 노멀루트 코스가 있고,

19만5천동으로 가이드와 함께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볼 수 있는 풀루트 코스가 있다.

그래봤자 만원 정도이고, 초딩때 우리나라 동굴 몇개 부모님과 가본 것 제외하고는 처음 가보는 종유동굴이라서 풀 루트를 선택했다.



투어는 영어를 못하는 여자 가이드와, 독일 & 미국에서 살다와서 영어를 할 줄 아는 혼자 여행온 베트남 남자와 함께하게 되었다.


어쩌다 통역셔틀이 되어버린 그는 몸 좋고 잘생기고 잘꾸미고 다니고 문신있고 인싸성격이었는데...

가이드가 오랜만에 잘생긴 남자손님 (+ 나라는 혹) 데리고 다니게 되어 텐션 업된게 느껴졌다 ㅋㅋ



풀 투어는 2시간 좀 넘게 진행되는데, 정말 생각보다도 멋지고 독특하고 생각보다 힘들었다.

거의 알려지지 않다시피한 곳인데, 규모도 정말 크고 보존상태도 너무너무 좋다.

평일 오후라서 사람도 거의 우리 팀밖에 없고, 딱 한번 외국인 한팀과 마주친 정도라서 이곳의 기묘하고 신기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더 와닿았다.




이런 복잡하고 독특한 모습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는건 너무너무 신기한것같다.


노멀루트는 길이 잘 되어있지만,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하는 스페셜루트는 바위타고 물건너며 가야한다.

보통의 등산 정도 난이도와 힘들기를 가진 길. 땀 엄청 난다.

아쿠아슈즈를 빌려주기때문에 미끄럽지는 않고, 조명이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




이런 지형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건 파묵칼레, 내 통역을 해주신 그분이 떠올린건 라이스테라스.



보통의 베트남여행자들이 그러듯 이친구도 까오방에서부터 바이크를 타고 2시간을 넘게 달려 여기까지 왔고, 다시 2시간을 넘게 달려 까오방으로 돌아가는데... 숙소까지 태워줄까? 라고 제안했지만 좀 미안해서(?) 거절했다 ㅋㅋ

지쳐있었지만 길이 아름다워서 더 걷고싶어지기도 했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를 뚜벅이로 배낭여행하다보면 내가 제한능력자 (개정전 민법에선 한정치산자)가 된 느낌이 든다. 아 근데 동남아에서는 중고딩들도 바이크 몰고다니니까 나는 걔내만도 못하네 ㅠㅠ


숙소 근처까지 왔지만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오리도 많이 키운다. 까오방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것이 오리국수와 일곱가지 양념을 발라 구운 오리고기라고 했다.



10월 초의 까오방 날씨는 우리나라 초가을과 비슷하다. 한국인들은 반팔입고 다닐 수 있지만, 긴팔입어도 뭐 괜찮을 수준의 선선함을 가지고 있다.



길을 걸어가다 문연 식당은 이곳이 거의 유일했다. 쌀국수와 죽 밖에 가능한 메뉴가 없어서 죽으로 선택.

동남아의 이런 메뉴가 그러하듯 맛있었다.


봄에 오면 또 꽃이 피어서 아름답다고 하는데, 벼가 익는 가을도 여행적기인것같다. 흐린날과 비오는 날이 많은게 좀 아쉽긴 하지만...



맑은날이 계속되면 정말 파란 강물을 볼 수 있는데... 도착하기 전 며칠동안 계속 비가왔기때문에 강물은 아쉽게도 흙탕물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석회의 영향을 받아 선명하고 아름다운 파란 샘과 강물을 제대로 보게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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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에 누가 올려준 맑은 날의 이 곳 사진. 산책을 즐기다가,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갔다.




홈스테이에서 차려준 저녁.

주인장 부부, 프랑스인 부부와 그들의 가이드와 운전기사, 나 이렇게 7명이서 먹게 되었다.

감자볶음, 돼지고기요리, 넴, 두부요리, 계란부침, 베트남식소세지, 배추볶음 ...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국물요리도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당연히 젓가락질을 힘들어하고, 나도 젓가락 잘 못쓰는 편이라서 저 감자는 잘 못잡고 ㅋㅋㅋ

술은 도수가 30도 정도 되었었는데, 약간 우리나라 증류식소주인 대장부 느낌의 깔끔하고 달지 않고 도수높은 느낌이었다. 저 술은 베트남인들 + 내가 주로 마셨다 ㅋㅋ


프랑스 부부는 어제 이 홈스테이에서 사과로 만든 달달한 술을 줬는데, 달다고 계속 마시다가 엄청 취했었다고 입만 댔다. 보통의 서양인들이 그러하듯이 이들도 베트남을 1개월 정도 여행한다.

비행기표가 저렴하고 거리상으로 멀지 않아 자주 올 수 있긴 하지만 일정은 짧은 한국인들의 여행패턴과는 대조적.



베트남을 네번째 여행중이라고 하니까,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여기라고 답했다. 그 외엔 달랏도 좋았다. 라고

근데 진심 좀 그렇기도 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니까....


후식으로는 단감이 나왔다. 베트남에서 처음 먹은 과일이 단감이라니 ㅋㅋㅋ 이렇게 둘째날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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