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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가난한 벼 초가 외갓집
외할머니 맏 딸
스무세 살 우리 엄마는
여섯 동생 고운 손으로 눈물 닦아주고
연분홍 한복치마 색동저고리 하얀 버선
나란히 놓인 꽃고무신 신었다
엄마 떠나오는 날
땔감 가득 아궁이 불 앞에 앉아
딸 보내는 눈물 대신
자욱한 연기 한 모금
몰래 우시던 외할머니
국민학교 졸업장 겨우 받아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로 얼룩진
소매 접고, 또 한 번 접어
하염없이 흐르는 그리움 닦아내는
외할머니
손자 녀석 젖 먹는 모습
부엌 바닥 숯으로 행복 그리고
딸 이름 손자 이름 적으시며
산골짜기 약수에 찬 밥 가득
김치 얹어 드시는 외할머니
우리 엄마 꽃다운 서른 살
눈물로 보내신 산골 세월
꽃상여 타고 먼 여행길
떠나신 서순희 외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