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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by 등대지기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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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벼 초가 외갓집

외할머니 맏 딸

스무세 살 우리 엄마는

여섯 동생 고운 손으로 눈물 닦아주고

연분홍 한복치마 색동저고리 하얀 버선

나란히 놓인 꽃고무신 신었다


엄마 떠나오는 날

땔감 가득 아궁이 불 앞에 앉아

딸 보내는 눈물 대신

자욱한 연기 한 모금

몰래 우시던 외할머니


국민학교 졸업장 겨우 받아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로 얼룩진

소매 접고, 또 한 번 접어

하염없이 흐르는 그리움 닦아내는

외할머니


손자 녀석 젖 먹는 모습

부엌 바닥 숯으로 행복 그리고

딸 이름 손자 이름 적으시며

산골짜기 약수에 찬 밥 가득

김치 얹어 드시는 외할머니


우리 엄마 꽃다운 서른 살

눈물로 보내신 산골 세월

꽃상여 타고 먼 여행길

떠나신 서순희 외할머니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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