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국수가 이어준 하루

마음으로 빚은 추억

by 제노도아

국수는 소박한 음식이다.

시간이 없거나 급할 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바쁘게 배를 채우는 일상의 한 끼다.


어르신들과 함께 찾은 그 집은 국수 만들기로 이름난 장인의 집이었다.

예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곳들에 국수를 납품했단다.

넓은 정원의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잎사귀들.

낯익은 듯 마음이 편안했다.

어르신들도 낯설지 않게 주위를 둘러보셨다.

오래된 집에서 느끼는 안온함과 정겨움이 있었다.


"모처럼 이런 걸 해보네."

어르신들은 머릿수건을 쓰고, 빨강 앞치마를 허리에 둘러맸다.

"오늘은 우리가 요리사!"

어르신들이 엄지 척을 하셨다.

집에서 국수나 수제비를 직접 만들어 보셨으니 자신이 넘쳐 보였다.

두건 아래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미소가 빨강 앞치마와 잘 어울렸다.


국수 반죽은 이미 빚어져 있었다.

손으로 눌러 만든 반죽을 밀대로 밀고, 돌돌 말아서 채를 썰듯 잘라냈다.

밀대가 오르내릴 때마다 어느 어르신은 너무 얇다 하고, 어떤 어르신은 딱 좋다며 웃었다.

그런 사소한 말들과 구수한 이야기들이 국수처럼 쫄깃하게 이어졌다.

“예전엔 국수 한 번 하려면 새벽부터 일어났잖아.”

“맞아, 이게 은근히 사람 손이 많이 가지.”

“그래도 이렇게 같이 하니까 옛 생각도 나고 좋네.”

국수 만드는 손놀림 사이사이로 삶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누구는 젊을 때 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누구는 농사짓고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고, 또 누구는 이제야 밖으로 나와서 이렇게 세상구경하니 좋다며 활짝 웃으셨다.


특별한 고백은 없었지만, 말끝마다 묻어나는 시간의 두께는 달랐다.

그 시간들이 반죽에 슬몃슬몃 스며드는 것 같았다.

채 썬 국수를 끓는 물에 넣자,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적당한 시간에 맞춰 건져 올려진 국수를 정성껏 그릇에 담았다.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자 쫄깃함이 감돌았다.

이 쫄깃함은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웃음으로 더 맛깔스러워졌다.

"맛있네, 많이들 먹어요! 선생님도 맛나게 드세요."

어르신들은 서로의 그릇을 살폈다.

누가 덜 먹은 것 같으면 국수를 더 얹어주고, 국물이 식을까 봐 걱정했다.


국수 한 그릇 앞에서도 어르신들의 서로를 위하는 정겨움과 살뜰함이 배어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정원으로 나왔을 때, 햇살은 조금 기울어 있었다.

빨강 앞치마를 벗고 두건을 푸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유난히 평온해 보였다.

국수는 배를 채웠고, 어르신들은 서로의 마음을 한가득 채웠다.


어르신들이 함께한 것은 국수뿐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일이었다.

밀대로 반죽을 미는 동안,

국수를 지런히 면서,

어르신들 삶의 결도 조금씩 풀리고 다시 이어지곤 했다.

함께 드신 국수는 시간이고 사람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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