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노랑 마음
금계국보다 예쁘다.
금계국보다 환하다.
눈길이 닿으면, 벙그레 웃음부터 피어난다.
멀리서부터,
"선생니임~!"
부르는 소리에 귀가 쫑긋 선다.
금계국 같은 노랑 티셔츠이다.
마주 손을 흔든다, 마구 흔든다.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지만 노랑으로 시선을 확 끈다.
어르신들의 문해잔칫날이다.
평균 연령 80세.
다리가 불편해도 어디든 따라나선다.
허리가 아파도 어떻게든 따라오신다.
마음의 신뢰가 아픈 몸을 앞서는, 어르신들의 장하신 모습이다.
공연 관람이 끝나자 오재미로 박 터뜨리기를 하고, 훌라후프도 한다.
놀랄 만큼 적극적이고 유연하시다.
"V~!"
손가락 둘을 펴서 사진을 찍을 때면 어르신들은 소녀가 된다.
글자를 배우기 전에는 이름조차 쓰지 못했다던 분들이,
알고 있는 격려의 언어를 총동원해서 서로를 힘껏 응원한다.
"하면 돼, 하면 된다고!"
"짝짝짝. 괜찮아, 괜찮아!"
"으쌰으쌰. 뛰어, 뛰어!"
"그렇지. 잘했어, 잘했어!"
"우리 노랑 노랑 만세!"
걷기도 힘드신 분들이, 손뼉 치며 뛰라고 외친다.
모두 최선을 다해 뛰고, 허리를 돌린다.
서툴고 느려도, 꼴찌를 해도 잘했다며 함께 부둥켜안고 칭찬한다.
글자를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끈끈한 정이다.
그리고 꾸준함과 믿음이다.
공부 잘하는 분이 나중에는 열심히, 꾸준히 하는 분을 못 따라간다.
문해 수업은 특히,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분 사이의 믿음이 없으면 곧 지친다.
천천히 가더라도 다독이며 함께 가다 보면, 어느새 한 자 두 자 읽고 쓰게 된다.
정신력의 싸움이고 자신과의 씨름이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보다 모습과 생각이 더 다양하다.
이마와 입가 주름살도 모양이 다르다.
각자 다른 경험 속에서 나이테처럼 들어선 삶의 흔적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노련함과 지혜가 스며 있다.
금계국보다 예쁘다.
금계국보다 환하다.
오늘은 노랑 금계국으로,
내일은 어떤 모습을 보이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