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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탄생

by 백종현 Feb 27. 2025

 내가 태어나고

 눈이 내렸다


 재를 털어서

 눈에 보탰다


 택배가 잘못 와서

 극장에 보냈다

 영화도 봤다


 따뜻한 어둠에서

 추운 빛으로 밀려나고

 누가 그에게 물을 끼얹고

 예전에 자기였던 것을 마시는

 덩어리


 메시아는 구유에 뉘어질 때부터 자기가 잘못 배달됐다는 걸 알았다

 모든 피동의 역사를 이해하고 사명을 느꼈다

 나는 그 찬란한 엉뚱함을 아직 모른다


 얼어붙은 바다에 해가 스며들고

 내 탄생은 거기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눈이 그쳐 극장에서 밀려 나오면서

 몸속 씨앗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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