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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괴물과 술리

학교 사고 2.

by 명희진

술리의 사고가 있은 후에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학교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람을 넘어 경악했다. 무엇보다 술리가 학교 밖으로 혼자 나가 발목 높이 밖에 되지 않는 개천에 어떻게 빠졌는지를 모두가 궁금해했다.

학교는 자세한 사고 경위는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들도 술리가 어떻게 개천에 빠졌는지 알지 못했다. 운동장에서 행사를 하는 중에 술리가 사라진 걸 알았다. 아이들을 한 곳에 모으고 모두가 술리를 찾았다. 누구도 술리가 학교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학교 안에서만 술리를 찾았다. 하지만 술리는 학교 안에 없었다. 이내 뒷문을 열고 술리를 찾기 시작했고 유닛 3에 남자 선생인 크리스가 개천에 고꾸라져 있는 술리를 건져 올려 이내 심폐 소생을 했다. 여가까지가 학교에서 우리에게 알린 내용이었다.

하지만 루이와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조금 달랐다. 술리가 학교 밖으로 나간 것까지는 학교와 일치했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술리를 함께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학교 밖으로 나가 술리를 먼저 찾은 게, 개천에 얼굴을 묻고 둥둥 떠 있던 그 아이를 처음 발견한 게 루이라고 했다. 루이의 말도, 아이들의 말도 모두 일치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술리는 이제 죽은 것 같아. 아니, 죽었어!"

루이와 매키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루이가 말했다. 그러자 매키가 루이에 말에 동의하며 술리가 물에서 축 늘어져 있었고 이를 크리스가 끌어올렸다고 했다. 나는 술리가 숨을 쉬고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일러줬다. 술리가 힘을 내서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게, 우리 모두 기도하자고 말하면서는 정말 하느님께 빌었다. 성인이 되며 나는 신을 멀리했는데, 이런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신을 찿게 됐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차려주고 나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모나에게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그만뒀다. 무슨 메시지를 보낸단 말인가.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다행히 아이들은 잘 놀았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오후에 학교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사고 경위를 알고 싶으면 두 시까지 학교로 오라고 했다. 학교에는 심리상담사들이 사람들을 도울 거라는 메시지였다.




다음 날 나는 루이와 함께 학교로 갔다. 마리와 다른 선생들에게 사건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은 아는 게 없다고 했다. 교장도 말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얘기했다. 모나 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알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에 모인 대부분 사람들은 유색인종이었다. 그건 뭘 의미하는 걸까? 들것에 실려 나오던 아이를 보고 안심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몰려있던 네덜란드 이웃들의 표정이 풀리는 걸 봤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학교는 우리에게 상담사 한 명을 배정해 줬다. 나는 그녀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루이가 밤새 악몽을 꿨고 여러 번 깼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솔직하게 말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이에게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어떻게 말하죠?"

그녀는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조금 울컥했고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학교를 어떻게 믿고 아이를 보내죠? 술리는 어떻게 됐는데요?"

대부분 내 질문에, 대부분 상담사들이 그렇듯, 그녀는 답을 줄 수 없었다. 대부분 이런 문제가 마음의 문제이듯,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누구나 아는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엔 시간이 사건을 덮고 바쁜 일상이 우리를 이 일에서 멀리, 되도록 멀리 보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웃이고 친구였다.




"엄마, 술리는 문어괴물과 싸웠어."

"그래?"

"응. 내가 봤어. 문어괴물이 술리를 물속으로 끌어당겼어."

"그걸 루이가 봤어?"

"응. 내가 봤어. 술리가 이기는 걸 내가 봤어."

루이는 한동안 문어괴물 이야기를 했다. 어떤 날에는 술리가 이겼고 어느 날에는 술리가 졌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술리를 승자로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완성하는 동안, 술리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는 모나에게 힘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녀가 엄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지역 뉴스를 통해 술리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술리는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아이의 지능과 발달 정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술리는 이십 분 이상 물에 빠져 있었다고 뉴스는 전했다. 술리가 깨어난 건 정말 기적이었다. 그리고 모나가 학교를 고소했고 이 주 이상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와서 학교를 조사했다. 모나는 여러 사람에게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나 역시 그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이 메시지에 함께 동참할 수 없었다. 학교를 옮기려고 이미 한 차례 시도한 적이 있었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모나에겐 미안하지만, 자세한 사건 경위를 알기까지 행동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우리는 점차 이 일을 잊었다. 칠리오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엔 궁금했지만, 이내 학교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상담사들이 아이들을 주변에 함께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는 억지로 일상을 유지하는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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