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라비안 나이트(3)

- UAE, 중동 근무 맛보기 -

by Yun

건설업은 그 공종이 크게 건축, 토목, 플랜트, 전력으로 나뉜다. 정주영 회장님 시절부터 해외에서 고속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았던 것처럼, 회사에서 해외의 공사를 수주하면 그 지역에 현장이 세팅되고 백전노장과도같은 직원들이 파견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곤 했다.


어떤 공사냐에 따라 지역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건축/주택 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심에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졌지만, 그외 토목이나 플랜트, 전력 현장들은 대부분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사가 이루어지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 이 현장들의 각종 인사, 회계, 세무, 재무 업무 등을 담당할 지사가 자연스레 필요해지고, 지사는 주요 발주처와 현지 공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수도 혹은 주요 도시에 설립되는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누리는 현지 생활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수당 금액의 차이로 보전되었으며, 한국 조세제도의 세제 혜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회계/세무 부서에서의 출장은 대부분 지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고, 덕분에 출장 전후로 현지의 도시 생활은 어떤지 볼 수 있었고 오가는 관광객들을 보며 '여기는 나중에 여행으로 와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후일 어느 정도 연차가 차고 신규 진출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단독 현장으로 출장을 떠나기도 하였는데, 이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의 일들이었다.


식사 후 한참 차를 타고 이동한 지사 사무실은, 중동 특유의 하얀색 외벽의 깔끔한 건물이었고, 내부에는 여러 국적의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사무를 보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특이하게도, 회계/세무/재무 쪽은 필리핀 혹은 인도 출신의 직원들이 많았고, 이는 현지 회계법인의 구성에서도 동일했다.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영민하고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이 뜨거운 나라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크게 어긋남이 없는 추측이리라.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건물 스타일! 출처: Wikimedia Commons>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고, 지사장님과 경리 책임자분과 간단한 회의를 한 후에, 본사에서 챙겨온 출력 자료와 노트북을 꺼내들고 직원 한 명 한 명과 이야기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어학연수나 해외에서 공부를 할 기회는 없었지만, 회사에 입사한 후로도 주말 영어회화 / 전화영어로 꾸준히 어학공부를 한 덕에 비즈니스 회화는 다행히 큰 무리가 없었다. 본사에서 메신져나 이메일로 간간히 연락하던 사람들과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고,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이나 신기했다.

(다만 한국 본사인 회사에선, 한국인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표현들이 난무하기에, 오래된 지사 직원들은 왠만 한 분위기나 한국어 표현만으로도 이해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자료를 찾고 지시를 하거나 확인을 하다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고, 동행한 차장님과 호텔로 복귀하였다. 지친 여정 끝에 내 방을 얻어 쉴 수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였고, 간단히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에는 호텔 식당에서 차장님과 맥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며 그날의 일과를 정리하고, 다음 일정에 대해서도 상의하였다.


"다음 국가 가기 전 주말에는 관광도 조금 해야지? Gold coffee도 마시러 가고!"


중동은 휴일이 한국과 조금 다르다. 금요일 하루를 full로 쉬고,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한다. 다만 본사와 연락을 많이 하는 한국인 직원들은 금요일에도 연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현지의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온전히 현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출장 일정상 다음 국가로 넘어가기 전의 이 주말 시점에는 약간의 여유가 가능했다.


이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사실 자체가 신기한데, 사막도 보고 중동 궁전도 볼 수 있다니...이래저래 설레이는 출장지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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