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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청춘, 현실은 중년

멈춰 선 듯 흐르는 시간

by 시절청춘

여전히 나는,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한다.


반세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시계는 왠지 모르게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매일 마주치는 젊은 동료들의 활기찬 에너지 덕분일까, 익숙한 직장 공간에서 나 홀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에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나는 최연장자지만, 잠깐만 시선을 돌려보면 언제든 막내로서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처갓집에 가더라도 나는 여전히 막내다.


물론 자식들 사이에서는 가장 믿음직한 어른이지만, 처고모들과 삼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젊은 사람이다.


직장에서의 위치와는 정반대인 이 상황은 때때로 묘한 혼란을 느끼게 한다.


젊음과 나이 듦의 경계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때로는 복잡한 감정으로 이어지곤 한다.

나는 여전히 최신 음악을 즐겨 듣고, 가끔 노래방에서는 젊은 친구들의 노래를 서툴게나마 따라 부른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젊다고 되뇌어서일까, 아직은 그들의 문화와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이는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 청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몇 년 전부터 얼굴에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피지종 혹은 피지낭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역을 넓혀가며 내 피부를 잠식해 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섬세한 성능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변화까지 낱낱이 드러냈고, 아내의 지속적인 권유로 찾은 피부과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아버님'이라는 호칭과 마주하게 되었다.

대기실에서 웹툰에 몰입하던 중, 나지막이 들려온 간호사의 목소리는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마청춘 아버님,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아버님이라니, 내가?'


스스로를 아직 젊다고 믿어왔던 나에게 그 단어는 너무나 낯설면서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마치 젊음이라는 환상 속에 안주했던 나를 냉정하게 깨우는 외침 같았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아내 역시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진짜 중년이 맞긴 하는구나."


씁쓸한 웃음과 함께, 앞으로는 더욱 품격 있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가져다준 씁쓸함과는 별개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젊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세월의 무정함에 순응하며 살아갈지라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꼰대로 향하는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 후배와 대화하다 나중에 우연히 나를 만나면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오빠"라고 하기에는 본인이 나이 들어가는 것 같고, "삼촌"이라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싫다고 하더라.

'아, 후배가 나와 나이 차이가 이렇게 나는구나..'라며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만은 언제나 푸르른 청춘으로 기억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젊음의 활력을 잃지 않으려는 소망,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숫자일 뿐인 나이에게 굴복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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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이미지 출처 ] Cara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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