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처럼, 흔들리며 묵묵히 반짝이는 삶에 대하여

1.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by 시절청춘

윤슬, 빛나는 이름으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또 오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어둠이 내리는 대로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나를 읽어주던 바다

물결 위로 부서지는 잔잔한 위로에
눈물과 슬픔을 헹구고
기쁨과 평안을 건져 올리던 아이

밤공기 시원했던 그곳,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누비던
어린 날의 나의 터전이여

이제는 나의 아이가
그날의 나처럼 물결 앞에 서서
윤슬처럼 세상의 빛이 되기를..





요즘 나는 글을 쓰며 행복하다는 감각에 푹 빠져 있다.

이 행복이 부디 오래도록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글을 적는다.

비록 거창하고 화려한 문장도 아니고,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글도 아니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나만의 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끔은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정성껏 적어둔 글을 매만지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쓰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문득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오해나 불편한 시선을 마주할 때면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지나고 보면 참으로 작고 사소한 일이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왜 그리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걸까.

반성과 후회의 밤들이 그렇게 쌓여갔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명예나 출세 같은 욕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묵묵히 한 길을 걷는 이들의 가슴속엔 정말 그런 욕망이 없는 것일까.

사실 SNS를 하는 마음 한구석에도 과시욕이나 자기만족 같은 욕구가 깃들어 있을지 모른다.

내 글에 누군가 반응해 주고, 내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그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그만큼의 기대감이 쌓여간다.

늘어나는 이웃 수와 영향력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뛰어난 작가도, 대단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웃이 늘고 활동이 넓어지면서 글의 주제와 형식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는 성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해진 틀에 나를 가두려는 시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내 글이 형식적으로 변해버린다면, 내가 꿈꿨던 글쓰기의 본질인 '누구나 읽기 쉽고 자유로운 문장들'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던 중, 1년의 꾸준함이 선물처럼 가져다준 변화가 있었다.

공저 시집을 출간하며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단독 출간이 아니기에 유별나 보일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커다란 의미였다.

동시에 새로운 고민도 고개를 들었다.

'출간 작가로서 더 격식 있고 품위 있는 글을 써야 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편안한 글을 고수해야 할까.'


아마 이 고민은 글쓰기를 그만두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 숙제가 될 것이다.

내 성격상 매일 갈등하며 글을 쓰겠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때로 지쳐 멈춰 서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견디며 묵묵히 해오지 않았는가.

어쩌면 가장 무모했고 갈등이 많았던 나의 2025년을 빛나는 한 해로 바꿔준 것은, 결국 나의 '꾸준함'과 '묵묵함'이었다.


첫 공저 시집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의 표지에 그려진 예쁜 그림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좌절의 순간마다 나를 견디게 해 준 것은, 매 순간 부서지면서도 반짝임을 잃지 않는 '윤슬'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남들이 보기엔 물결에 휩쓸려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내 마음 한편은 언제나 한 방향을 향해 있었다.


2026년에는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윤슬처럼 살아가길 소망한다.

요란하지 않아도 조용히, 제자리에서 묵묵히 반짝이는 그런 삶을 말이다.



흔들리며 반짝이는 것들은 모두 저마다의 파동을 견디고 있다.


[이미지 출처] Gemini 생성 (나노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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