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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나 죽을 거 같다.” (2편)

치매 엄마와 중년 아들의 사랑과 요리 이야기

by 푸른 소금

집으로

1주일 후,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집에 오시자 마자 곤하게 주무신다. 그리곤 얼굴이 편안해지셨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신다.

퇴원 다음 날, 엄마의 건강회복을 위해 한방 삼계탕을 해 드렸다.

1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넣고 1시간 압력솥으로 푹 끓였다.

닭고기를 먼저 먹고, 불린, 찹쌀과 녹두를 넣고 남은 고기는 찢어 죽을 쒔다. 한 그릇을 다 비우신다.

“아따 우리 아들이 끓여 주니까 기분이 팍 나눈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지난 간 일들이 스쳐간다.


시간의 역전

45년 전, 한 겨울밤의 일이 더욱 생생하게 떠 올랐다.

심한 오한과 함께 창자가 끊어질 듯 한 통증으로
“엄마 너무 아파 나 좀 살려줘”라며 몇 시간을 울면서 온 방을 굴렀다.

어릴 적 우리 마을에는 약국이 없었다. 고개 하나 넘어야 약을 구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많은 약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항생제 위주가 전부였다.

1월의 엄동설한 새벽녘, 엄마는 플래시에 눈길을 헤치며 고갤 넘어 약방문을 두드렸다.

“우리 아들이 다 죽어 가요. 제발 좀 살려 주시오”

좀처럼 왕진을 하지 않는 의사였지만, 엄마의 간곡함에 새벽 눈길을 뚫고 오셨다.

다행히 꼬인 창자를 풀고, 나는 살아났다.

크면서 잔병치레 한번 한 적이 없었기에 어릴 적 고통과 두려움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 가고 있다.

우리 가족이 아플 때면 엄마는 늘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비비시며 기도를 하셨다.

“제발 우리 자식이 이 약을 먹고 낫게 해 주시요”

손이 꽁꽁 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기도를 하셨다.

추운 새벽, 장독대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간구하시던 그 모습. 엄마의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제는 내가 마음속 장독대에 서서 “제발 우리 엄마 살려 주세요”이렇게 간절함을 하늘에 전한다.


나의 고백

그날 이후, 나는 가끔씩 힘들 때마다 그 순간을 되돌아본다.

엄마는 우리 형제들에게 완벽한 엄마셨다.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신 적이 없다.

늘 단정하고 그 누구보다 강인한 분이셨다. 그런 엄마의 알몸을 보게 된 순간, 눈물이 왈칵.

그냥 모든 게 멈춰버린 느낌. 그리고 한 없이 작게 보이는 엄마의 모습.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였던 엄마가, 어느 순간 가장 작고 연약한 존재가 돼 버렸다.

내 품에서 떨고 계시는 엄마를 보며,
“어릴 적 괜찮다”며 나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시던 그 손길.
그런데 지금은 내가 엄마를 안고 있다.
내가 평생 받아 왔던 사랑을,
이제는 내가 작지만 돌려드릴 차례가 되었음을 알았다.


⁂ 나만의 한방 삼계탕 레시피

① 재료 : 토종닭 1마리, 약재 각각 50그램

(옻나무, 황칠나무, 엄나무, 두충나무, 당귀...)

대추 10알, 마늘 한 줌, 전복 6마리

② 닭은 뼛속에 숨어 있는 피를 제거한 후, 살짝

끊여 핏물과 잡내를 제거한다.

③ 깨끗한 물로 갈아 넣는다. 약재를 닭 아래 깔고,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1시간을 압력솥에

넣고 삶는다.

④ 익으면 고기를 건저 먹는다.


(죽 쑤기 - 재료는 미리 불린다.)

‣ 찹쌀과 맵쌀을 5:5로 불린다.

‣ 녹두는 불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믹서기로 3/1만 살짝 갈아, 10분간 물에 불린다.

‣ 남은 고기의 뼈를 발라낸 다음 재료를 넣고, 본래의 압력솥에서 10분간 끓인다.

죽이 식으면, 전복과 함께 1인분용으로 지퍼백에 담아 급랭시켜 평소 엄마가 드실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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