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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의기하학: 서울방정식 (14.블랙홀의 경계)

by 사우스파크

5부: 수렴하는 세계

14장: 블랙홀의 경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은 우주에서 가장 역설적인 경계다. 이 경계를 넘으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으며, 시간과 공간의 법칙이 뒤틀린다. 투자 세계에도 이와 같은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한다.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당신의 인식과 믿음이 무너지는 지점. 그러나 물리학은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을 가르쳐준다. 블랙홀조차도 영원히 정보를 가두지 못한다. 호킹 복사를 통해 블랙홀은 결국 에너지를 방출한다. 가장 어두운 위기의 순간에도, 빛은 항상 존재한다."


— '우주와 부의 종말론', 이진명 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임지수의 원룸에 울려 퍼졌다. 그는 피곤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에 이어, 중앙은행이 오늘 기준금리를 0.75%p 추가 인상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의 인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그의 오피스텔 이자 부담은 월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급증할 것이다. 수익률은 반 토막 나고,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 확실했다.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민주였다.

"뉴스 봤어요?"

"방금 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오피스텔 대출 이자는 얼마나 오를 것 같아요?"

지수는 빠르게 계산했다. "월 40만 원 정도 증가할 것 같아요. 수익률이 거의 없어지는 수준이죠."

"용산 새 프로젝트 자금 조달도 더 어려워질 거예요."

용산의 노후 건물을 포기한 후, 그들은 다른 물건을 물색 중이었다. 몇 가지 가능성 있는 건물을 찾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모든 계획이 흔들리게 되었다.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지수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네, 회사 근처에서 만날까요? 7시쯤?"

"좋아요."

전화를 끊고, 지수는 노트북을 열어 자신의 재정 상황을 다시 점검했다. 이미 여러 번 검토한 스프레드시트였지만, 금리 인상을 반영해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었다.

수정된 결과는 예상대로 끔찍했다. 오피스텔 투자의 월 현금 흐름은 -20만 원으로 전환되었다. 거기에 생활비와 다른 지출까지 고려하면, 6개월 안에 그의 현금 보유량은 바닥날 것이다.


'패닉에 빠지지 말자.' 지수는 자신에게 말했다.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었고, 매물은 넘쳐나는데 매수자는 사라졌다. 오피스텔을 팔려고 해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날 저녁, 지수는 약속대로 민주를 만났다. 강남의 조용한 카페에 자리 잡은 그들은 각자의 상황을 공유했다.

"저도 비슷해요." 민주가 말했다. "제 오피스텔도 수익률이 반 토막 났어요. 다행히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이자 부담 증가는 없지만, 시세 하락이 걱정이에요."

"시세는 얼마나 떨어졌어요?"


"비슷한 물건이 3개월 전보다 15% 정도 하락했어요. 이대로 가면 3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해요."

지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30% 하락이면 그의 오피스텔은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대출금보다 시세가 낮아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자산가치 하락은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지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현금 흐름이죠. 어떻게든 월 마이너스를 버텨내야 해요."

"계획이 있어요?" 민주가 물었다.


"세 가지 옵션을 생각하고 있어요. 첫째, 회사에서 업무 성과를 높여 보너스를 노리는 것. 둘째, 오피스텔을 월세가 아닌 전세로 전환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것. 셋째, 최후의 수단으로 팔아버리는 거죠."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추가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수입을 늘릴 계획이에요. 그리고 용산 프로젝트는 잠시 미루는 게 어떨까 싶어요."

"미루자니요? 그동안 준비한 게 너무 아쉬운데..."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해요. 억지로 진행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지수는 불만스러웠지만, 민주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확장보다 생존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수의 전화가 울렸다. 이진명이었다.

"이진명 선생님이에요." 지수가 민주에게 말한 후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임지수 씨, 잠시 이야기할 시간이 있나요? 중요한 제안이 있습니다."

"네, 지금 민주 씨와 함께 있는데요."


"더 좋군요. 두 분 다 들으면 좋을 이야기입니다. 30분 후에 제 사무실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지수는 민주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삼성동의 고층 빌딩에 위치한 이진명의 사무실은 항상 차분하고 정갈했다. 그러나 이날 밤, 그 공간은 어딘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들어오세요." 이진명이 그들을 맞이했다. "앉으시죠."

그는 물 한 잔을 마신 뒤, 핵심으로 바로 들어갔다.


"두 분이 홍대입구역 인근에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계시죠?"

지수와 민주는 놀란 눈빛을 교환했다. "네, 맞습니다."

"그 지역에 대형 개발 계획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지수가 놀라서 물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재검토 중이고, 홍대입구역 주변 재개발 계획이 2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입니다."

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우리 오피스텔 가치는..."

"단기적으로는 20-30%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진명이 냉정하게 말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미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제 재개발 계획마저 중단된다면 그의 투자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제안이 있습니다." 이진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두 분의 오피스텔을 현재 시세에서 10%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겠습니다. 물론 손해를 보시겠지만, 앞으로의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지수는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께서 직접 매입하신다고요?"


"네. 저는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세 하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가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구심이 담겨 있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수가 말했다. "고민해볼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지 마세요.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민주가 지수에게 속삭였다. "이상하지 않아요? 왜 갑자기 우리 물건을 사겠다고 하는 걸까요?"

"저도 의아해요. 선생님이 도와주려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내려가는 동안 두 사람은 침묵했다. 빌딩을 나와 걸으면서, 지수가 먼저 의심을 표현했다.

"홍대 재개발 계획이 중단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그것도 내부 소식통에서 나온 정보라니..."

"저도 그 부분이 걸려요. 제 친구가 서울시 도시계획과에서 일하는데, 그런 얘기 전혀 없었거든요."

그들은 근처 24시간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지수는 홍대 지역 개발 계획에 관한 최신 뉴스를 검색했지만, 계획 중단이나 지연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해요." 민주가 말했다. "이건 마치..."

"함정 같아요." 지수가 그녀의 생각을 완성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불안감이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일찍 일어나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부동산 포럼과 카페를 뒤지며 홍대 지역에 관한 소문이나 내부 정보가 있는지 살폈다.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출근길에 그는 홍대입구역 인근을 지나며 자신의 오피스텔 건물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건물이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졌다.

회사에 도착한 지수는 바로 유력 부동산 중개사에게 연락했다. 그는 홍대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베테랑이었다.


"재개발 계획 중단 소문요? 전혀 들은 바 없는데요. 오히려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수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진명은 그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왜?

점심시간, 지수는 민주와 전화로 정보를 공유했다.

"역시 거짓 정보였어요. 선생님이 우리를 속이려 한 거죠."

민주의 목소리에 걱정이 담겼다. "하지만 왜 그러실까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늘 진실만 말씀하셨는데..."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지금 오피스텔을 팔면 손해를 본다는 거예요."

그날 오후, 지수는 우연히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다. 회사 동료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것이다.

"...이진명이라는 사람 알아?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데, 홍대입구역 주변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래. 여러 건물을 매입해서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한다고..."


지수는 귀를 의심했다. 그는 급히 자리를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민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민주 씨,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어요. 이진명 선생님이 홍대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래요. 여러 건물을 매입해서 복합 상업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요."

"그럼... 우리 오피스텔을 싸게 사려는 이유가..."

"그 지역 전체를 개발하기 위한 거예요. 우리 물건 가치를 떨어뜨려서 싸게 사들이려는 거죠."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믿기지 않아요." 민주가 마침내 말했다. "우리를 배신하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침착하게 더 많은 정보를 모아보아요. 그리고 이진명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날 저녁, 그들은 다시 만나 상황을 정리했다. 지수는 추가로 수집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진명 선생님이 설립한 투자회사가 최근 홍대 인근 건물 세 채를 매입했어요. 모두 우리 오피스텔과 가까운 위치죠. 그리고 더 많은 건물을 매입할 계획인 것 같아요."


민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건 배신이에요. 우리에게 거짓 정보를 주고, 우리 물건을 싸게 사려고 했다니..."

"더 큰 문제는 지금 우리 상황이에요." 지수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는 사실이니까요. 오피스텔을 계속 유지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진명 선생님에게 헐값에 팔 수는 없어요."

그들은 몇 시간 동안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했다. 오피스텔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현금이 필요했지만, 둘 다 여유 자금이 없었다. 대출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려웠다.

"마치 블랙홀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지수가 중얼거렸다. "빨려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밤이 깊어갔지만, 그들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민주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밤이 늦었네요. 내일 다시 생각해봐요." 지수가 제안했다.

"잠깐만요." 민주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한 가지 생각이 있어요."

"뭔데요?"

"세상을 다르게 볼 때..."

지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이에요?"

"우리가 지금까지 오피스텔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만 봐왔잖아요. 하지만 그 공간은 다른 가능성도 가지고 있어요."

민주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어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건 제가 최근에 구상 중인 프로젝트예요. '공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는 컨셉이에요."


화면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공간 구성도가 보였다. 작은 오피스텔을 창의적인 작업 공간으로 변형한 계획이었다.

"일반적인 주거 공간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실로 바꾸는 거예요. 사진 촬영, 소규모 팟캐스트 녹음, 소셜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죠."

지수는 관심을 갖고 도면을 살펴보았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시간당 대여 수익과 월 멤버십으로 운영해요. 제 계산으로는 현재 월세 임대보다 수익이 50% 이상 높아질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런 특수 목적 공간은 일반 오피스텔보다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요."

"그런데 리모델링 비용은요?"

"그게 문제죠." 민주가 한숨을 쉬었다. "각 오피스텔당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해요. 우리 둘의 오피스텔을 모두 변경하려면 4천만 원이 필요하고요."

지수는 다시 절망감을 느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자금이 없어요."

"하지만..." 민주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저에게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녀는 노트북에 있던 다른 파일을 열었다. 사업 계획서였다.


"우리의 오피스텔 두 곳을 하나의 사업체로 통합하는 거예요. 제 디자인 능력과 지수 씨의 마케팅 능력을 결합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해보는 거죠."

"크라우드펀딩이요?"

"네. 창의적인 공간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요. 우리가 멋진 스토리와 비전을 제시하면, 펀딩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지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점점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민주가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진명 선생님의 계획을 무력화할 수 있어요. 우리 오피스텔의 가치가 일반 부동산 시세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가치를 갖게 되니까요."

지수의 눈이 빛났다. "그러네요! 우리가 공간의 용도를 바꾸면, 더 이상 주변 시세에 종속되지 않게 되는 거죠."

"정확해요. 이건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거예요."

지수는 민주의 계획서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초기 투자 비용, 예상 수익, 운영 계획,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것이 꼼꼼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이걸 언제 다 준비한 거예요?"

민주가 미소 지었다. "금리 인상 소식을 들은 후부터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을 때, 우리는 다른 차원으로 도약해야 해요."

지수는 감동받았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빠져들 때, 민주는 이미 빛을 찾고 있었다.


"민주 씨... 정말 대단해요."

"아직 성공한 것도 아닌데요." 그녀가 겸손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이미 성공했어요. 우리가 위기를 다르게 보게 됐으니까요."

그날 밤, 지수는 마포의 원룸으로 돌아가는 길에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블랙홀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새로운 우주로 가는 통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순간에, 민주는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했다.

'세상을 다르게 볼 때'...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진정으로 이해했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일찍 일어나 민주의 계획을 더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마케팅 전문성을 살려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설계했다. 스토리텔링, 보상 체계, 홍보 전략까지 모든 것을 계획했다.


오전 중에 민주와 통화했을 때, 그녀도 이미 공간 디자인을 더 발전시키고 있었다.

"우리 정말 이걸 시작하는 거죠?" 민주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네, 해보죠. 우리에겐 잃을 게 없어요. 블랙홀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으니까요."

"그럼 주말에 만나서 최종 계획을 세우고, 다음 주부터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요."


"좋아요. 그리고... 민주 씨."

"네?"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거예요."

민주의 목소리가 따뜻해졌다. "우리는 팀이잖아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거죠."

전화를 끊고, 지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그의 마음은 맑아져 있었다. 블랙홀의 경계에서 그는 절망하는 대신, 다른 우주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이진명의 배신은 여전히 아프게 다가왔지만, 그것은 더 이상 그를 무너뜨릴 수 없었다.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지수는 더 강해졌고,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되었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을 타이핑했다.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새로운 창조의 경계에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었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계에서,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 했다.


지수는 미소 지었다. 이제 그는 무엇이 진정한 투자인지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건물의 매입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투자, 비전에 대한 투자,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블랙홀의 경계에서, 새로운 별이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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