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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의기하학: 서울방정식 (16.기하학의 완성)

5부: 수렴하는 세계 / 16장: 기하학의 완성

by 사우스파크 Mar 26. 2025

5부: 수렴하는 세계

16장: 기하학의 완성


"수학자들은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찾아 수천 년을 탐구해왔다. 원, 정다면체, 황금비... 이들 모두 단순함과 복잡함, 질서와 혼돈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표현한다. 인생의 기하학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혼돈 속에서 패턴을, 무질서 속에서 의미를,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찾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요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인생 방정식의 해답을 발견한다."


— '완전한 기하학을 찾아서', 이진명 저



강남 압구정동의 고급 아파트 모델하우스. 임지수와 김민주는 대리석 바닥 위에 서서 32평형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망이 정말 좋네요. 한강이 한눈에 보여요." 판매 담당자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수는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경을 감상했다. 물결 위로 반사되는 햇빛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풍경이었다.

"가격은 얼마인가요?" 그가 물었다.


"이 유닛은 18억 5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임 대표님 같은 분께는 특별 할인도 가능합니다."

지수는 미소 지었다. 특별한 것은 대우가 아니라,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3년 전, 그는 전세금 1억 원으로 시작해 장위동 빌라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그 좌절에서 시작해, 그는 홍대 오피스텔을 거쳐 '이벤트 호라이즌 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이제는 '특이점 부동산(Singularity Properties)'의 CEO가 되어, 마침내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자금력을 갖게 되었다.

"이 층의 유닛들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오늘 계약하시면 2% 추가 할인도 가능합니다." 판매자가 덧붙였다.


지수는 민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디자이너의 눈으로 공간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지수가 물었다.

민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공간 구조는 좋아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 투자하는 게 최선일까요?"

그녀의 질문에는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수는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구매 결정이 아니라, 그들의 미래 방향에 관한 질문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수가 판매자에게 말했다. "연락 드릴게요."


모델하우스를 나와 카페에 앉은 그들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지수 씨, 정말 여기 살고 싶어요?" 민주가 물었다.

지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예전의 저라면 망설임 없이 계약했을 거예요. 강남 아파트는 제가 이루고 싶었던 첫 번째 목표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다르게 느껴져요. 마치 다른 사람의 꿈을 따라가는 것 같달까요."


민주는 미소 지었다.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아파트 자체는 멋지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려지지 않았어요."

지수는 생각에 잠겼다. 3년 동안의 여정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부동산은 더 이상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치를 창출하는 캔버스,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이었다.

"사실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지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떤 생각인데요?"

"'특이점 부동산'을 넘어선 다음 단계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죠."

민주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자세히 말해줘요."

지수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그가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SpaceQL: 공간 지능 플랫폼'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건 우리가 창업할 새로운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컨셉이에요.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죠."


(* 프롭테크 (proptech = property + technology) 스타트업: 부동산 산업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지수는 슬라이드를 넘겼다. 그곳에는 복잡한 데이터 시각화와 알고리즘 구조가 보였다.

"우리가 '이벤트 호라이즌 스튜디오'와 '특이점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불평등이라는 거요. 내부자들은 중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죠."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명 선생님의 사례처럼요."


"맞아요. 'SpaceQL'은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누구나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에요. 개발 계획, 실거래가, 임대 시장 동향, 심지어 미래 가치 예측까지... 모든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거죠."

민주는 프레젠테이션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건... 혁명적인 아이디어네요.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할까요?"

"제가 이미 프로토타입을 개발했어요. 우리가 '이벤트 호라이즌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요. 심지어 이진명 선생님의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데이터도 활용했고요."

민주의 눈이 커졌다. "언제 이걸 다 준비한 거예요?"


"밤에요." 지수가 웃음을 지었다. "잠이 안 올 때마다요."

민주는 감동한 표정으로 지수를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이런 플랫폼을 만들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온 거예요. 압구정 아파트를 살 것인가, 아니면 그 돈으로 'SpaceQL'을 시작할 것인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침묵이 흘렀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테이블 위에 따뜻한 원을 그렸다.

마침내 민주가 입을 열었다. "저는 'SpaceQL'에 투자하고 싶어요."

"정말요?"

"네. 아파트는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지금이 적기예요. 게다가..." 민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저도 이 플랫폼에 추가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어떤 아이디어인데요?"

민주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냈다. 그녀도 무언가를 준비해 온 것이었다.


"저는 'SpaceQL'에 공간 디자인 AI를 추가하고 싶어요.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의 목적과 예산을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디자인과 리모델링 계획을 제안해주는 거예요."

지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거 정말 완벽한 조합이네요! 제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담당하고, 민주 씨가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맡으면..."


민주도 활기차게 웃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 같아요."

그날 저녁, 그들은 강남이 아닌 홍대의 '이벤트 호라이즌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그곳은 이제 젊은 크리에이터들로 가득 차 있었다.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사람들, 비디오를 편집하는 사람들, 스타트업 미팅을 하는 사람들... 모두 그들이 만든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옥상 테라스에 앉은 지수와 민주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이 마치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긴 여정이었네요." 지수가 말했다.

"그래요. 지수 씨가 처음 성북구 장위동 빌라를 샀을 때가 기억나요. 그때는 숫자밖에 보지 못했죠."

지수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민주 씨는 너무 이상적이었고요. 항상 가치와 사람을 먼저 생각했죠."

"우리가 서로를 많이 변화시켰어요." 민주가 손을 내밀어 지수의 손을 잡았다. "저도 이제 숫자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지수 씨는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마치 두 개의 다른 우주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아요."

그들은 잠시 말없이 손을 잡고 야경을 감상했다. 홍대의 밤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꿈이 자라나는 공간이었다.

"내일부터 'SpaceQL' 사업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지수가 말했다. "우선 팀을 구성하고, 투자자를 모집해야 해요."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UI/UX 디자인과 공간 AI 알고리즘 개발을 맡을게요. 디자인 스튜디오 친구들도 합류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진명 선생님께도 자문을 구해볼까요?"

민주는 잠시 생각했다. "네,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의 방식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분의 통찰력은 분명 가치가 있어요."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니까요. 선생님의 조언은 듣되,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아갈 거예요."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지수는 문득 3년 전, 그가 마포의 작은 원룸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강남 아파트를 꿈꾸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의 그는 지금의 자신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알고 있어요?" 지수가 문득 말했다. "저는 결국 방정식의 해답을 찾은 것 같아요."

"어떤 방정식이요?"


"부의 방정식이요.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부동산 = 시간 × 위치 × 레버리지'라는 공식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전체 방정식의 일부에 불과했어요."

민주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완전한 방정식은 뭔가요?"

지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진정한 부는 소유가 아닌 창조에 있다... 이게 완전한 방정식이에요. 우리가 강남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보다, 'SpaceQL'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부를 가져다줄 거예요."

민주의 눈이 반짝였다. "완벽해요. 그게 바로 기하학의 완성이네요."


"기하학의 완성이요?"

"네. 모든 요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상태요. 수익성과 가치, 효율성과 인간성, 소유와 창조...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부를 얻는 거예요."

그들은 다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오래된 건물은 사라지고...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삶도 함께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이 이 도시를 어떻게 바꿀까요?" 민주가 물었다.

지수는 미소 지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정보의 불평등 때문에 좌절하지 않게 될 거예요. 부동산은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분야가 될 거고요."

"그리고 공간의 가치도 재정의될 거예요. 단순한 평수와 위치가 아니라, 그 공간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가 중요해질 테니까요."


밤은 깊어갔지만,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SpaceQL'의 비전, 그들이 만들고 싶은 미래, 그리고 그 여정에서 함께하는 기쁨에 대해.

마침내, 새벽이 가까워 올 무렵, 지수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민주 씨... 우리 사무실은 어디에 차릴까요? 강남? 아니면 여기 홍대?"

민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아니에요. 저는 용산이 좋을 것 같아요."

"용산이요?"

"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죠. 오래된 상가들과 최첨단 빌딩이 함께 있는... 마치 우리의 철학과도 비슷해요. 전통적인 부동산의 가치와 기술의 혁신이 만나는 지점."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해요. 용산으로 정해요."

그들은 옥상에서 내려와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떠나기 전, 지수는 문득 벽에 걸린 작은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들이 처음 '이벤트 호라이즌 스튜디오'를 오픈했을 때 민주가 그린 스케치였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표현한 그림이었다.

"기억나요?" 민주가 물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이 그림을 그렸죠."

"네, 기억해요. 그때 민주 씨가 '세상을 다르게 볼 때'라고 했었죠."

민주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정말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어요."

그들은 손을 맞잡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서울의 새벽 하늘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었다.


홍대의 거리를 걸으며, 지수는 문득 깨달았다. 그가 3년 동안 찾아온 부의 방정식은 결국 돈이나 부동산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방정식이었다.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와 그 여정을 함께할 것인가에 관한 방정식.

"민주 씨," 지수가 문득 말했다. "고마워요."

"갑자기 왜요?"

"당신 덕분에 저는 숫자 너머의 세계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세계가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민주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저도 지수 씨 덕분에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균형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기하학의 완성..." 지수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첫 아침 전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 'SpaceQL'이라는 이름의, 부동산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여정.

마포의 원룸으로 돌아온 지수는 창가에 서서 서울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았다. 3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새로운 문서를 시작했다.

"SpaceQL 창업 선언문: 우리는 부동산을 혁신합니다. 정보의 민주화를 통해, 공간의 재해석을 통해, 그리고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부동산 패러다임을 창조합니다. 진정한 부는 소유가 아닌 창조에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지수는 문서를 저장하고 침대에 누웠다. 긴 밤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명료했다. 부의 기하학, 서울 방정식... 그 복잡한 수수께끼의 답은 결국 아주 단순했다.

삶이라는 캔버스에 자신만의 기하학적 패턴을 그려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부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을 감으며, 지수는 미소 지었다. 내일은 새로운 시작이다. 'SpaceQL'의 첫 번째 날. 그리고 그와 민주가 함께 만들어갈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의 시작.


기하학의 완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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