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닷가 작은 마을, 그곳에서의 유년은 제 삶의 첫 풍경이었습니다.
꽃밭과 남새밭, 좁은 골목길 그리고 선창가,
그리고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웃음과 땀방울 속에 제 어린 날이 있었지요.
그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마음속에서 푸른 파도처럼 일렁이는 고향의 이야기입니다.
바다는 제게 언제나 품이자 안식처였고, 오늘의 저를 단단히 붙잡아 주는 뿌리였습니다.
이제 그 바닷가의 이야기를, 당신도 조심스레 건네려 합니다.
모깃불 연기가 여름밤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진다. 마당에 큼지막한 가마솥을 걸고는, 엄마는 목넘 밭에서 갓 따온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풋콩 꼬투리를 한가득 쏟아 넣는다. 솥뚜껑을 닫고 장작불을 지피니, 해 넘어가는 저녁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불꽃이 뜨거운 온기를 뿜어내며, 따닥따닥 타는 소리마저 정겹다.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우리 집 백구는 앞발을 들고 낑낑대며 꼬리를 흔든다. 숯 묻은 고양이 나비는 장독대 옆에 앉아 눈치를 보다가 “오늘은 생선이 아니네. 칫, 동네 마실이나 가야지” 하는 듯 긴 수염을 흔들며 마당을 지나간다.
솥뚜껑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온 마당에 가득 퍼질 즈음.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솥뚜껑을 열자, 그 속에 숨어 있던 하얀 연기가 밤하늘로 올라가 저기 빛나는 별 속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서로 자기 별이라 우기며 서쪽 하늘의 샛별을 바라본다.
그때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스치듯 떨어졌다. 뒤돌아본 아이가 “어디?” 하고 묻지만, 하늘에는 다시 총총한 별들만 남아 있다.
소쿠리에 가득 담긴 간식거리 앞에서 조잘대던 아이들은 이내 입을 다물고, 매캐한 연기 속 평상에 모여 앉아 꼬투리를 뜯어 피리를 불고, 반쯤 먹은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었다.
할아버지의 정다운 이야기와 엄마의 나지막한 넋두리 속에서 여름밤은 깊어간다. 살랑이는 부채질이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아이들은 하나둘 할아버지 무릎에서 새근새근 잠이 든다. 그제야, 밭일로 하루 종일 고단했던 엄마가 조용히 허리를 편다.
그렇게 하늘의 무수한 별들 또한 그 여름밤 풍경 속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