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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머물고

이야기를 듣다.

by Susie 방글이





논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시골길.

차창 밖 풍경은 마치 오래된 외국 영화 한 장면 같았다.


남편과 나는 연신 "이야, 좋다!"를 외치며 웃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옛날집' 간판의 카페.

낡은 돌담과 들꽃이 어우러진 그곳은, 마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마을과 하나였다.


카페 안은 주인의 손길이 깃든 작은 정원 같았다.

나무 탁자 위 앤틱 찻잔, 창가의 이름 모를 들꽃, 테라스의 돌길.

10년 넘게 이 공간을 가꿨다는 사장님의 이야기에 커피 향마저 정겨웠다.

액자 안에 있는듯한 카페 뒷마당
호출하신 분... 삐삐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공중전화기
잣 동동, 감성 듬뿍 오미자 차

남편은 이런 곳을 사랑한다. 다큐멘터리 PD로 사람과 자연을 좇던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은 뒤에도 늘 말했다.


"언젠가 시골에 작은 집 짓고, 나무 깎으며 커피 내려 마실 거야."


남편은 나무만 봐도 설렌다.


"이건 참나무야, 결이 보이지?"

"이 향나무는 몇 년 묵었네."


나뭇결을 쓰다듬으며 "가구로 딱이야" 하는 게 일상이다.


이 카페에서 그는 제 세상을 만난 듯했다.

사장님과 나무 종류, 꽃 이름, 테이블 제작 비화를 나누며 금세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외국인 가족이 들어왔다.

당황한 사장님이 "영어 좀…!" 하시길래, 졸지에 통역 알바를 하게 됐다.


차를 설명하고, 케이크를 추천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풀어가니 사장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고맙다며 지리산 죽로차 한 잔을 내어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에 우리도 미소 지었다.

추천 메뉴를 맛있게 잘 드셔서 뿌듯했어요^^

공예품 가게, 공방, 작은 베이커리, 골목마다 이야기가 있는 곳이 많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고, 골목의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우리를 맞아주었다.


산골짜기에 위치한 공예품샵- 너무나 이뻤어요~
커피숍과 공예품샵을 한 번에 만나다^^

목공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면 다들 묻는다.


"혹시 목수시죠?”


그가 다큐 PD 출신이라고 하면 더 놀란다.

이제 그는 기획서 대신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며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쉬어가려 찾은 마을 끝자락, 울퉁불퉁한 길 끝에 작은 나무 대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문을 열자 고양이 두 마리가 햇살에 나른히 누워 있었다. 한 녀석은 슬쩍 눈을 뜨고 다시 잠들었고, 다른 한 녀석은 발치로 다가와 몸을 비비며 인사했다. 그 평화로운 풍경에 우리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슬로 라이프 인 시골집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풍경
옛날 사람들은 키가 작았나요, 아님 우리가 큰 걸까요?

작은 집 안, 천장은 어찌나 낮은지! 남편은 문턱을 넘다가 이마를 쿵, 나도 쿵.


"옛날 사람들은 키가 작았나 봐!" 하며 농담을 던졌다.


낡은 장식장, 꽃무늬 커튼, 세월의 흔적이 남은 나무 마루.

탁자 위 촛대와 수놓은 천은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 같았다.

창밖으론 빨랫줄이 살랑이고, 논밭 너머 산자락이 펼쳐졌다.


야생화, 고양이, 소소한 방. 그 고요 속, 우리 둘만의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언젠가 이런 곳에서 느린 삶을 살자고 약속했다.


그날 차도, 사람도, 인연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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