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두려운 취준생
보이지 않는 압박감
분명 주말이라는 휴일이 다가왔고, 나는 글에도 적었다시피 주말에는 불안함과 압박감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조금 쉬려고 했었다.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 지인들을 보면 주말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방 밖에서 가끔 들리는 부모님의 얘기 중에는 '누구는 몇 살인데 벌써 돈을 이만큼 모았더라', '누구는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하더라' 같은 얘기를 방 안에서 들으면 그 순간만큼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당장이라도 무언가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조급함과 불안함이 생겨난다. 방 밖에서 들리는 부모님의 집안일 소리와 가끔씩 방을 나가서 화장실이라도 가면서 부모님 얼굴을 보면 밝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편히 컴퓨터 게임을 하려고 게임을 켜도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갑자기 부모님이 내 방에 들어와 잔소리를 하시진 않을까, 내가 정말 이렇게 쉬어도 괜찮은 건가 싶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불안함, 눈치에 시달리며 주말을 보내고 만다.
이 바보야, 네가 쉬라며! 취준생들한테도 쉬라며!
쉬어야지.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찌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일만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취준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역시. 나가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로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며 지원을 하거나, 책을 펼쳐서 공부를 하는 게 다 인걸.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운동을 하거나, 잠깐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목적 없이 조용히 동네를 산책을 해도, 결국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고, 내가 하려는 취업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든다.
이런 마음가짐을 계속 안고 사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치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분들한테는 '불금이나 주말에는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달콤한 위로의 말을 전했고, 글을 쓰면서 나 자신한테도 다시금 세뇌시키듯이 편히 쉬어보자고 말했지만, 사람 마음이란 건 쉽게 따라와 주지 않듯이, 다음 날이 되고 나면 다짐했던 굳건한 마음은 사라지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될까'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어두운 기운으로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렇게 두려우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구직활동 해야지!
내가 느끼는 불안함, 압박감, 눈치, 두려움 등은 빨리 취업을 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내면 금방 사라질 테지. 거기에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토익 점수도 높은 점수를 받고, 나머지 다른 자격증 공부도 해서 자격증을 몇 개 취득하면 더 나아질 것이고. 맞는 말이다.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구직활동을 해야 된다. 불금이라고, 주말이라고 태평하게 놀고 있을게 아니라. 무엇보다 나는 이제 27살인걸.
하지만 나는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금방 다른 잡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워져서 집중도 잘 못하고, 공부라는 거에 적성이 잘 안 맞아 흥미도 잘 못 느낀다. 영어도 요즘 시대에는 필수라고는 하지만, 역시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이다.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다른 이들이 보면 정말 게으르고, 나태하고, 한심하고, 답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부하기는 싫어하고, 평소 행동도 게으르고, 나태하고, 의욕도 없으니 말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니까 이런 거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은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내 목표는 크지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 내에서 들어갈 수 있는 회사에 취업하여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서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작은 원룸 방을 월세로 구하여 자취를 하면서 쉬는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도 마음껏 하면서, 부모님의 눈치와 보이지 않는 압박감, 잔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단지 이뿐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주변 친척 형은 해외로 취업을 성공하였고, 누나는 국내 공견기업에 입사하여 표창도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3살 위 내 친형은 해외 대기업에 취업하여 아주 멋지게 살아가고 있으니, 다음 차례인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친척 형, 누나 나 친형처럼 뛰어나지도 않고, 내 삶에 대한 목표도 크게 높지 않은지라 '적당한' 목표를 취하고 있는데, 부모님은 이런 목표를 두고 있는 나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신다. 이 부분 때문에 내가 면접을 보려고 하는 부분에서도 부모님의 반대가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난 내 의견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곤 한다. 부모님과 싸워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그래도 난 하고 싶은 걸 할래
대기업, 좋은 회사, 연봉, 월급 높은 회사, 복지 좋은 회사, 이런 곳에 들어가면 누구나 당연히 좋아해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잠깐이나마 목표를 높게 잡았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당장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뒤로부터는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역량, 강점, 적성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하여 그곳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지내면서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 "그럼 알바라도 하면 되잖아?"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알바라도 하겠다는 말을 했다간 부모님의 반발이 심하게 있을 예정이다. 물론 정말 내가 하고 싶다면 부모님의 뜻을 거를 준비는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