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져야 채워진다

by 샤인

수영 시작 전,

시간은 항상 조금 애매하다.


항상 정각에 시작하는데

15분 전에 준비하면

몸을 다 풀고도 시간이 남고,

10분 전에 준비하면

이미 정각이 지나버린다.


오늘은

13분이 적당한가?

잠시 그런 고민도 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올 때는

기운이 다 빠진 상태인데,

오히려 그 기분이 더 좋을 때가 많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10분만 해도 지쳤는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우고

“오늘도 해냈다”는 기분이 든다.


정말 힘든 날은

샤워를 하고 나올 때

눈이 풀릴 정도로 피곤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피곤함이 싫지 않다.

몸이 다 비워지는 기분이 좋다.


이 수영장엔

입구에서 안내를 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항상 진심을 다해 인사를 건네주신다.


낯을 가리는 나는

처음엔 조용히 목례만 했는데,

요즘은 웃으면서 인사도 건넨다.


“고생 많으세요.”


내가 건넨 인사에

그분도 다시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분이 두 번 좋아졌기에

그래서 나도 웃으며 수영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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