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반지.
다들 돌반지가 첫 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주로 부모님의 몫으로 쓰이고 정말로 받는 경우는 드문 거 같다.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부모님 속옷(... 실은 그만큼의 현찰)을 드리고 남은 돈과 그간 모은 용돈으로 처음 산 금반지였다.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중고 맥킨토시 외에 내가 가진 가장 값진 물건이었다. (맥킨토시는 현제 맥, 혹은 에어맥, 아이폰 브랜드의 구식 컴퓨터다. IBM 컴퓨터보다 다섯 배 정도 비쌌다.)
부친에게 스무 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부탁한 (일부 보태주심) 자수정 십자가 펜던트, 탄생석이고 한때는 꿈자리 사나우면 꺼내 걸곤 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
첫 번째 다이아몬드.
다이아가 너무 갖고 싶다고 울먹울먹 한 어린 날에 F님께서 덥석(혈연지연학연 전무) 나 안 쓰니 너 가져라~ 주심.
처음 산 브랜드 보석 미니골드.
수상 기념으로 상금 일부로 꿀이 떨어지는 듯한 황금빛 시트린을 장만했다. 노란색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이 돌은 꿀덩어리 같아서 볼 때마다 달고 흡족한 기분이 든다.
호안석 반지. 옐로진주반지, 삼색 귀보석반지.
부모님의 손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았다. 저걸 물려받고 새 금반지를 해드렸는데 어린애가 해준 거니까 가짜라고 생각하시고 공중목욕탕에 빼셨다가 잃어버리셨다.
진주는 원래 노랑인지 관리가 안 되 변색된 건지 모르겠다. 호안석은 요즘의 기름진 묘안석과는 달리 나뭇결처럼 보인다. 그런 매력도 좋다. 과거에 거래되던 먹사파, 에메랄드, 루비의 수준을 볼 수 있다.
양가 어머니들의 목걸이.
다른 물려받은 것들은 사정이 있을 때마다 야금야금 고금으로 팔아먹었지만 이 두 가지는 남겨 두었다.
거북이는 머리 팔다리가 움직여서 무지 귀엽고, 줄은 뱀을 문 모양이어서 분리하지 않고 두었다.
첫 루비반지
동네 망하는 금방에서 이거 이쁘다며 사주신 반지. 루비를 가지면 부귀해진다고 한다. 지금 이 반지는 팔찌의 일부가 되어 사라졌다. 고금처에 가져가니 알을 빼지 않고 전부 깨버려서 날아가는 루비 세알을 간신히 잡아 건졌다.
가진 모든 금붙이를 쏟아부은 45개의 랩 다이아 테니스 팔찌는 62개의 랩다이아 뱅글이 되어 돌아왔다.
이것은 나의 마지막 수집품, 긴 여정의 마침표라고 당당히 적었으나, 분명히 또 무언가 사랑에 빠지고 말 것이다. 덕후는 날 때부터 싹수가 다르다 뭔가에 빠지는 아이들과 빠지지 않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았고, 뭔가에 끊임없이 빠지는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아무것에도 빠지지 않고 꼿꼿이 현재를 지켜내는-과 서로를 부러워하며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서로 존중하며 아주 잘 지낸다. 이게 얼마나 귀한지 살아보고 알았다.
다들, 첫 보석, 첫 주얼리, 첫 반지, 첫 귀금속을 기억하시는가. 여러분의 추억도 들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