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니 진짜 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10화 인생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일 수 있어
질량 보존 법칙(質量保存法則 law of conservation of mass)
닫힌 계의 질량이 화학반응에 의한 상태 변화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 법칙.
물질은 갑자기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하여 존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힘든 일이 왔다면,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
그걸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싸워 헤쳐나가는 편이 낫다.
어차피 겪을 것이 왔으며, 어떤 식으로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를 죽이려고 온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어차피 감당할 시험만 허락하신다고 하셨다.
어떤 좋은 일이 와도 너무 방정맞게 좋아하지 말고
생각보다 덤덤히 표현하고 감사는 많이 하자.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뜬금없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올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에너지는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 이 시점에 이런 생각이 난 것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스스로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준서의 에너지가 잘못된 곳으로 간 것에 대한 원인을 이것으로 이해해 보려는 것이다.
아들의 에너지는 어디든 가게 되어 있다. 한국에 와서 아들이 좋아했지만 주변여건이 맞지 않아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운동이다. 어쩌면 운동이라도 맘껏 할 수 있었더라면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엉뚱하게 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수진이와 남편은 준서가 다닐만한 농구교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적합한 곳을 찾았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농구 레슨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들은 농구세계에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필요한 레슨을 신청하고,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하나 사주기도 하면서 응원했다. 준서는 하고 싶었던 것을 배우며 만족감을 느끼고 발전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준서가 농구를 시작하자 마치 얼어붙은 땅이 햇살에 녹듯, 그의 삶도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바스켓에 꽂히는 공처럼, 그의 마음에도 웃음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코트를 뛰노는 그 모습은 자유로운 바람 같았고, 드리블 소리는 다시 살아나는 아이의 심장박동처럼 들렸다.
평소보다 많은 교육비가 생기긴 했지만, 특히 큰 아들이 이제 스마트폰과 자전거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변화를 바로 보게 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의 두 눈은 예전처럼 흐리멍덩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총명한 빛이 돌기 시작했다. 땀이 흘러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 눈빛은 살아 있었고,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지고, 일상이 다시 색을 되찾았다.
스마트폰은 하도 쓰지 않아서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고, 전원이 꺼져서 전화기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남편은 결국 어디선가 찾아서 아이에게 주었지만, 부모의 눈을 피해 게임이나 유튜브를 봤던 얼마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수학책도 들여다 보고, 수진이가 미리 읽어둬야 한다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수학은 늘 딱딱한 벽 같았던 답답하게만 했던 수학. 어느새 가장 쉬운 과목에서 자신을 가장 멍청하게 만드는 과목이 되어 피하고 싶었던 수학이 이제 퍼즐처럼 끼어 맞춰지는 느낌이 들어 보물찾기 같다고 하는 준서.
아직은 차근차근 배우면서 지도를 받아야 하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준서가 기특하기만 하다.
아이의 긍정적인 표정 에너지가 예전의 불만 가득했던 모습을 덮어버렸다. 선의 승리! 수진이는 결국 선이 승리했다는 쾌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진이는 서서히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진이의 그다음 스탭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또다시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들의 변화과정을 보니, 준서는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정말 옳은 결정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수진이는 본인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정말 옳은 결정이 되는 것일까를 저울질하고 있다.
무언가를 놓는 순간, 나라는 존재의 일부도 함께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다시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보존의 법칙'이 다시 떠올랐다. 물질은 아무리 모양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 모든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것뿐이야.
두려움을 앞세워 생각하지 말고
정말 죽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뒤돌아 본다면,
어떤 선택을 잘했다고 회상하고 있을까.
혹여 내가 학교를 떠나야 한다 해도,
나의 시간도, 열정도, 능력도
공기 속 먼지처럼 흩어지는 게 아니야.
그것들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남게 되는 거야.
그렇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수진아.
지금 무언가를 내려놓더라도, 그건 사라지는 게 아니야.
내 안의 에너지는 여전히 살아 있어!
그것은 분명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거야.
잃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거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는 마음.
그렇게 보면, 삶은 한순간도 헛되지 않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결국 어디에선가 또 다른 에너지로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11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