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카티니 알 아마트리치아나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레시피와 정보

by 서도운

오늘은 로마 4대 파스타 중 유일하게 토마토가 들어가는 아마트리치아나(Amatriciana)를 소개합니다.

아마트리치아나는 이탈리아 라치오(Lazio) 주 북동부, 해발 900m에 자리한 작은 산악 마을 아마트리체(Amatrice)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던 아마트리체 비앙코, 즉 토마토 없이 관찰레와 페코리노로만 완성하는 ‘아마트리체 식 그리 치아’에, 18~19세기 무렵 신대륙에서 건너온 토마토가 더해지며 지금의 형태가 탄생했죠.

이 레시피는 로마로 전해지며, 굵은 면 속까지 소스를 머금는 부카티니가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리 치아와 비교하면 토마토가 더해져 산뜻한 산미와 단맛이 입혀지고, 관찰레의 기름과 치즈의 짠맛이 한층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종종 사람들은 아마트리치아나와 아라비아따를 혼동하지만, 두 요리는 전혀 다릅니다.
아라비아따는 마늘과 올리브유를 베이스로 한 포모도로 스타일에 페페론치노를 넣어 매콤하게 즐기는 요리로, 재료와 조리법 모두 아마트리치아나와 구별됩니다.

최근에는 풍미를 더하기 위해 양파, 화이트와인, 심지어 페페론치노를 더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대체로 평범한 재료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한 변형입니다.
재료가 충분히 훌륭하다면, 불필요한 부재료 없이도 정통 아마트리치아나 특유의 깊고 진한 감칠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1. 재료


일단 역시 로마파스타면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가 필요하겠죠?

아마트리치아나의 마지막 한 스푼, 접시 위에 눈처럼 흩뿌려지는 치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이 한 재료가 맛의 골격을 완성하고, 토마토와 관찰레 사이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정통 아마트리치아나라면 페코리노 로마노 DOP가 유일한 선택입니다.

1. 왜 페코리노 로마노인가?

페코리노 로마노는 라치오(Lazio)와 사르데냐(Sardegna)에서 양젖 100%로 만드는 경성 치즈입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날카로운 향, 고소한 깊이, 그리고 단단한 질감은
관찰레의 기름진 맛과 토마토의 산미를 날카롭게 세워줍니다.
또한 수분이 적어 곱게 갈리며, 열에 쉽게 녹아 면수·기름과 빠르게 유화되어 소스를 매끈하게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기데티(Ghidetti) 페코리노 로마노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 품질로 손꼽힙니다.
DOP 인증을 받은 정통 제품이며, 풍미가 깊으면서도 짠맛이 과하지 않아
양 조절이 쉽고 조리·마무리 모두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다른 치즈를 쓰면 왜 ‘정통’이 아닌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그라나 파다노는 모두 소젖으로 만든 치즈입니다.
파르미지아노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견과류 향이 특징이며,
그라나 파다노는 파르미지아노보다 더 순하고 매끈한 맛을 냅니다.
이 두 치즈 모두 풍미가 온화해 토마토와 관찰레 사이에 필요한 ‘날카로운 대비’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 결과, 로마 특유의 직선적이고 강렬한 맛은 희석되고, 부드러운 다른 성격의 파스타가 됩니다.


3. 따라서

정통 아마트리치아나에서는 페코리노 로마노가 단 하나의 선택입니다.
다른 치즈를 쓸 수는 있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로마의 아마트리치아나가 아니라
다른 도시, 다른 성격의 파스타가 됩니다.
좋은 페코리노 한 덩어리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짜 로마의 맛을 재현하는 첫걸음입니다.


미리 갈아서 준비해 둡니다.


아마트리치아나에서 페코리노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료는 바로 관찰레(Guanciale)입니다.
관찰레는 돼지의 볼살과 목살 사이 부위를 소금과 향신료로 절인 뒤 숙성시킨 전통 가공육입니다.
이탈리아 요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소하고 깊은 돼지 지방 향은 팬에 천천히 익히는 순간 녹아내려, 소스의 향과 감칠맛을 완성합니다.

저는 클라식 소시지(Classic Sausage) 브랜드의 관찰레를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은 특유의 숙성 향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짠맛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간 맞추기가 수월합니다. 필요한 만큼만 잘라서 사용할 수 있어 보관과 활용이 편리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관찰레의 풍미는 단순히 기름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기름 속에는 숙성 중 형성된 단백질 분해물과 향미 성분이 녹아 있어, 토마토와 섞였을 때 깊고 입체적인 맛을 만들어 줍니다. 이 지방과 토마토의 조화가 바로 아마트리치아나의 영혼입니다.

역시 미리 잘라 준비해 놓습니다.


아마트리치아나에서 토마토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요리 전체의 균형과 개성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토마토 품질이 좋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양파의 단맛이나 화이트와인의 향, 심지어 굴소스나 치킨스톡 같은 부재료로 맛의 빈자리를 메워야 합니다. 그러나 정통 아마트리치아나의 매력은 이런 부재료 없이도 완벽한 맛을 내는 데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좋은 토마토입니다.

제가 오늘 사용한 것은 라 피아만테(La Fiammante)의 산 마르자노 홀 토마토입니다.

이 제품은 DOP 인증을 받은 정통 산 마르자노 품종으로,

베수비오 화산 토양에서 자라 유기질이 풍부하고,

단맛이 선명하며 산미가 날카롭지 않아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씨 주머니가 작고 과육이 크고 단단해, 소스로 졸였을 때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농도가 깔끔하게 잡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구하기 쉽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입니다.


만약 더 높은 등급의 토마토를 원한다면,

카사마라조(Casa Marrazzo)의 산 마르자노 홀토마토를 추천드립니다. 더욱 밀도 높고 진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짧게 졸여도 깊이 있는 소스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좋은 토마토를 쓰면, 관찰레와 페코리노의 맛이 조화롭게 살아나고, 그 어떤 부재료도 필요 없는 ‘로마의 붉은 한 접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통 아마트리치아나를 만들 때, 파스타 선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부카티니(Bucatini)입니다.
부카티니는 두껍고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씹는 식감이 뛰어나며
소스가 면 겉뿐 아니라 속까지 스며들어 한 입마다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과 맛을 제대로 살리려면 저가형 테프론 압출 면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렇고 매끈한 테프론 면은 표면이 너무 매끈해 전분이 충분히 나오지 않고,
소스가 속까지 배지 않아 겉돌기 쉽습니다.
정통 파스타에서는 면수의 전분과 표면의 거친 질감이 소스 유화와 흡착력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테프론 면 예시: 오뚜기, 바릴라, 세몰리나, CJ 등)

저는 이번에 청동 다이컷(Bronze Die) 공법으로 만든 파스타 중 가성비가 뛰어난 데체코(De Cecco) 부카티니를 사용했습니다. 데체코는 거친 표면 덕분에 소스와의 결합력이 탁월하며, 알 덴테 식감 유지력도 좋아 아마트리치아나에 이상적입니다.

만약 면에서 한층 더 깊은 맛과 식감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젠틸레(Gentile), 루스티겔라(Rustichella d’Abruzzo), 라 파브리카 델라 파스타(La Fabbrica della Pasta)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천드립니다.
이 브랜드들은 표면 질감과 밀 향이 더욱 뚜렷해,
관찰레와 토마토, 페코리노가 어우러진 소스를 완벽하게 받쳐줍니다.


2. 좋은 재료들이 준비되었으면 이제 시작해 볼까요?


관찰레가 들어간 파스타에서 맛의 3할은 관찰레 라드(지방)의 풍미에 달려 있습니다.
이 라드는 단순히 기름이 아니라, 숙성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 분해물과 향미 성분이 녹아 있는 ‘액체 양념’입니다.
따라서 이 기름을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파스타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관찰레는 반드시 중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지방이 서서히 녹아 투명한 기름이 팬 바닥에 고이도록 시간을 들이세요.
이 과정에서 관찰레 표면은 노릇해지고, 기름은 맑고 향기로워집니다.

중요: 절대 태우지 마세요.
지방이 타면 쓴맛과 탄 향이 소스 전체에 스며들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관찰레 기름은 토마토, 치즈, 파스타를 하나로 묶는 핵심 재료이니, 기름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을 들이는 것이 정통 아마트리치아나의 비밀입니다.

중 약불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겉이 노릇하고 살짝 쪼글쪼글해진 바삭한 관찰레 조각과
투명하고 황금빛을 띤 맑은 관찰레 기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관찰레는 팬에서 꺼내 따로 빼놓아 주세요.
기름은 소스의 토대가 되고, 바삭한 관찰레 조각은 마지막에 파스타에 다시 더해집니다.

잘 숙성된 관찰레를 사용하면, 기름 속에 숙성 향과 약간의 후추 알갱이가 녹아 있어 그 자체로 깊은 풍미를 냅니다.
이 맛은 베이컨이나 판체타로는 결코 낼 수 없습니다.
베이컨은 훈연 향이 강하고, 판체타는 지방 향과 질감이 달라
아마트리치아나 특유의 ‘로마 향’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정통의 맛을 원한다면, 반드시 관찰레를 사용해야 합니다.


관찰레기름에 토마토홀 토마토캔의 반정도 생수를 넣은 뒤 주걱으로 으깨주시고 후추와 소금으로 약간의 간을 해 줍니다.

동시에,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파스타를 삶기 시작합니다.
면수는 반드시 짭짤할 정도로 간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부카티니나 리가토니처럼 두껍고 속이 비어 있는 파스타는 면에 간이 잘 스며들어야 본연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면수는 단순히 파스타를 삶는 물이 아닙니다.
면에서 나온 전분이 녹아 있어 소스와 유화(emulsion)를 형성하고, 소스의 점도와 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정통 아마트리치아나에서는 간이 된 면수가 필수입니다. 간이 전혀 안 된 면수를 쓰면, 소스는 싱겁고 밋밋해지며, 후반에 소금을 추가로 넣어도 깊이 있는 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면을 삶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토마토소스를 천천히 졸여줍니다. 이때 불 조절이 중요합니다.
불이 너무 세면 타거나 눌어붙기 쉽고, 너무 약하면 원하는 농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중 약불에서 기름과 토마토가 부드럽게 어우러지도록 졸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토마토를 졸이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수분 증발 → 맛이 농축되고 단맛이 극대화됩니다.

2. 휘발성 산미 제거 → 날카로운 신맛이 사라져 부드러운 맛이 됩니다.

3. 자연스러운 감칠맛 형성 → 천연 당분이 열에 의해 부분적으로 캐러멜화되며 깊은 풍미가 더해집니다.

또한 토마토 속의 β-카로틴과 라이코펜은 지용성 성분이기 때문에, 관찰레에서 나온 기름 속에 녹아 영양소 흡수율을 높이고 소스의 색과 맛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아마트리치아나의 붉고 깊은 맛을 만드는 비밀입니다.


토마토가 관찰레 기름과 어우러져 걸쭉한 페이스트 질감이 되면, 면이 다 익기 약 2분 전에 소스와 면을 합칠 준비를 합니다. 이때 면수 또는 생수를 소스에 넣어 끓이며,
면에서 전분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와 소스와 결합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면수 사용: 간이 부족하지 않을 때, 전분과 간을 동시에 보충 가능

생수 사용: 이미 간이 충분할 때, 농도 조절만 가능

저는 이번에 사용한 관찰레의 짠맛이 강하지 않고,
토마토에도 간을 약하게 했기 때문에 면수를 사용했습니다.

타이밍 팁
제가 사용한 부카티니는 9분이 알 덴테이기에,
삶기 시작한 지 7분째 되는 시점에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면과 소스가 함께 끓는 마지막 2분이, 소스를 파스타 속까지 스며들게 하는 황금 시간입니다.

면과 소스를 합친 뒤에는 불을 조금 올려 면을 소스와 함께 졸이듯 익혀줍니다. 이 과정에서 면에서 전분이 빠져나와 소스와 자연스럽게 유화되며, 부드럽고 걸쭉한 질감이 만들어집니다.

불은 강하게 유지하되, 너무 세면 소스가 과도하게 졸아붙고
팬 바닥이나 가장자리에 눌어붙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분 동안 면을 익히면서, 소스 농도가 적당히 부드럽고 끈기 있게 변할 때까지
불 세기를 조절해 주세요.

포인트

너무 묽으면 마지막 30초간 불을 살짝 더 올려 농도를 조절

너무 되직하면 면수를 소량 더 추가해 부드럽게 풀어줌

팬 바닥을 자주 긁어주며 눌어붙음 방지

이 2분이 바로 면과 소스가 ‘하나의 요리’로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2분간의 졸임이 끝나 소스가 면에 잘 흡착되고,
면 익기가 알 덴테에 정확히 맞춰졌다면 불을 끕니다.
그리고 미리 곱게 갈아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넣어 주세요.

이제 부드럽게 섞어 만떼까레(mantecare)를 합니다.
만떼까레는 치즈, 면에서 나온 전분, 관찰레 기름,
그리고 소스의 수분이 하나로 합쳐져
부드럽고 농밀한 소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 순간이 바로 아마트리치아나의 맛이 완성되는 시간입니다.
짭짤하고 향긋한 치즈 향, 기름의 고소함, 토마토의 단맛과 산미가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로마의 한 접시가 탄생합니다.

소스를 입은 부카티니를 접시에 옮겨 담고,
따로 빼 두었던 바삭한 관찰레 조각을 고르게 올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후추를 살짝 갈아 뿌리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한 번 더 흩뿌리면
정통 아마트리치아나 완성입니다.

이 레시피에는 양파나 화이트와인, 기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직 관찰레, 토마토, 페코리노, 그리고 부카티니.
재료 본연의 풍미가 좋을수록,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그 맛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과정이 충실할수록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맛있게 드세요!
다음에는 토마토 없이 만드는 또 하나의 로마 파스타, 알라 그리치아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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