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갱 깽 깽. 오늘도 어김없이 자면서 울부짖는 오리. 느낌이 쎄~한걸 보니 필시 좋은 꿈은 아니지 싶다. 오리는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걸까. 좋은꿈이라면 절대 이럴수가 없는거다. 이 쎄함을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 쎄함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삶속의 경험치가 쌓이고 쌓여 낳은, 대망의 빅데이터적 결과물인 것이다. 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길은 없지만, 좋은꿈인지 악몽인지 그정도 감은 온다. 일단 오리의 비명이 난무하고, 뭔가에 쫒기듯 가쁜숨을 마구마구 몰아쉰다. 경련 일으키듯 몸을 떨지만 투명한 상자에 갇힌 개처럼 옴짝달싹을 못하는걸 보니, 사람이 가위에 눌렸을때의 반응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더 관찰해봐야하나 싶다가도 결국 황급히 흔들어 깨우게 된다. 꼼짝없이 부들부들 떠는 모양새가 번번히 너무 안쓰러워서이다. 식겁한 녀석의 표정. 제법 격렬히 흔들어 깨워야 겨우 부시시 눈을 뜬다. 안녕? 나야~.
사오년 뒤, 그러니까 개 나이 스무살 정도가 되면 대충 말문이 트일것 같아서 이거 대학이라도 보내 적성을 찾게 해줘야하나~ 하고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오리의 말문이 트이는 바로 그날, 나는 오래전부터 묻고 싶은게 하나 있었다. "아줌마는 항상 네가 무슨꿈을 꾸는지 알고 싶었어." 나쁜꿈은 아예 안꾸거나 아주 가끔만 꿨으면 좋겠는데, 저렇듯 하루에도 몇번이고 자면서 울부짖는다. '똥강아지의 근성'과 '투쟁의 역사'가 절묘하게 맞물려, 꿈속에서조차 저토록 치열하다. 너무 잦은거 아닌가 싶고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해 저러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대환장파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녀석의 사무친 과거사 때문인것 같은데, 열다섯살이 넘도록 여적 저러고 있으니, 지켜보는 나도 심사가 편칠 않다. 어서 속히 말문이 트여야 최면치료도 한번 시도해 보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내가 알수 있을텐데, 개꿈속으로 밀고 들어가 볼수도 없고 마음만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오리가 사무친 기억을 스스로 떨쳐내 버리도록 도와줄수 있을까. 어릴적에 무서운 일이 많았었니? 아니면 버려졌을때 겪었던 일들 때문이니? 얼마나 공포였으면 여태 저러고 있을까. 우리 오리, 부디 다 잊고 지금부터라도 좀 편안해졌으면.
오리의 꿈속으로 들어가 볼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속으로 슈웅 빨려들어가 오리를 일단 찾아내고 나면, 내가 억척스럽게 오리의 손을 붙잡고 꿈속 여기저기로 돌아 다니면서 재밌고 신나는 추억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런 다음 그 새로운 꿈의 내용을 가지고 오리를 늘 괴롭히던 내용을 덮어쓰기 해버리면 어떨까. 이 아줌마를 한번 믿어봐. 일단 꿈속에서 맛있는걸 엄청 많이 사줄게. 개추러스 같은거 있으면 사서 입에 하나 물려주고 개놀이동산에 데리고 가줄게. 거기서 아줌마 아저씨랑 개재밌게 노는거야. 어때 오리야? 꿈에서나마 고급진 견생을 한번 살아보는거야. 햄버거, 핫도그, 피자.... 아 핫도그는 곤란한가? (응?동족상잔?) 아 몰라! 너 먹고 싶은거 다 먹어!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다보면 개피곤할거야. 네가 곯아 떨어지고나면 나는 그 틈에 네 과거의 꿈을 오늘의 꿈으로 덮어씌워 줄게. 아줌마 아저씨가 다 해놓을게. 악몽따윈 잊어버려. 전부 다 잊고 이제는 좀 편안해지자고. 근데 새초롬한 지금 그 표정은 뭐지? 저 두 인간을 영 못 믿겠다는 듯한 떨떠름한 그 표정은? 이 아름답고 신성한 모먼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