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 오리의 '한숨'을 번역하다

by 스티키 노트

오리야

네가 오늘 내앞에서 와아~ 세번이나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상황에 대해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봤어. 사실 넌 오늘뿐 아니라 그전부터도 꾸준히 그랬던것 같아. 넌 왜 아저씨랑 나만 보면 그러는거야? 비록 한숨이라는것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개로 태어나 그렇게까지 한숨을 쉴일이 뭐가 있기에 네가 그러는건지... 와~구들장이 내려앉는줄 알았어 와~.


너.... 사는거 많이 고달프니? 아저씨랑 아줌마 건사하고 살아가려니, 물가에 내논 애들 마냥 신경도 많이 쓰이고 걱정이 태산이지? 그래 알아.... 힘들거야. 우리가 너의 그 너른 포용력에 대해서만큼은 치하해.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치만 우리에게는 엄연히 '생활' 이라는게 있잖니. 온종일 네곁에만 붙어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수만은 없는거란다. 우리가 함께 파국을 맞이하지 아니하려면 아저씨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고, 아줌마도 해야할 일이 좀 많은게 아니야. 왔다갔다 하면서 장도 봐야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며 바지런히 글쓰고 그림그리고, 이것저것 정말 눈 튀어나오게 바빠. 공사가 다망~한것이 사는게 장난이 아니란다.


그래 알아.... 맘에 안드는거 투성이지? 불만거리가 지천에 널렸지? '아이고 내 팔자야~' 싶지? 철없는 인간을 둘이나 데리고 살아야 하는 너의 개빡센 견생이 한숨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중이라는걸 이 아줌마도 잘 알고있어.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치만 너도 뭐 썩 수월한 놈은 아냐. 이 아줌마도 인생 험난하기가 보통은 넘어. 아저씨는 좀 잊을만하면 다쳐서 들어오지, 넌 하루하루 늙고 있고 아픈데는 자꾸 나서지, 지금 네 밑으로 들어가는 돈이 수억이야. 수억. 아줌마도 갱년기라 이래저래 힘든데, 이 나이에 이런 하드코어적 개수발이나 들고 있자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구나. 물론 다사다난한 너때매 글이 절로 술술 나와서 좋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수발의 고단함엔 변함이 없으니... 어때? 이 아줌마의 고충이 팍팍 와 닿지 않니?


그러니 제발 아저씨 아줌마가 너를 끌어안고 뽀뽀하고 문질문질 집적대더라도 한숨 좀 쉬지마. 너를 이렇게나 공들여 키우면서 끌어 안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그림처럼 쳐다만 볼거였으면, 차라리 타란툴라나 물고기나 새를 키웠지 뭣하러 개지랄맞은데다가 과거가 의심스럽기까지한 너를 집에 들여 놓고 뼈빠지게 이고생을 자처했겠니. 안그래???

폰카메라를 들이대면 오리는 한숨부터 쉰다. 이거 치우시죠 어머님

다행히 너에게는 우리에게 나누어줄 따스한 체온이 있고 야들야들한 피부와 복실복실한 털이 있으며 매일매일 새로운 매력을 갱신하고 있으니, 고단한 하루하루의 시름을 널보며 날려 보내고 싶을수밖에.... 덤으로 너의 꼬솜한 발바닥냄새 하나면 하루가 행복해지는걸 낸들 어쩌겠니. 물론 네 입장에선 "아이고 내 팔자야~"싶기도 하겠지만, 너 그거 권력남용이야. (아닌가? 재능 낭비인가?) 그냥 아저씨 아줌마한테 숙박비 낸다 생각하고 좀더 의연하게 견뎌주지 않으련? (그냥 견뎌.) 결코 자제력을 잃어서는 아니될것이야. (그냥 꾹 참아.) 넌 일반숙박도 아니고 장기투숙인데다, 아줌마가 매일 정성으로 제조하는 신선한 음식과 간식까지 실시간 제공받고 있으니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아닐거라 믿어. 어때??? 오케이???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본디 이 '머리꼭대기' 시리즈는 총 30회 가량으로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힘도 달리고 슬슬 지겹기도 하고(오리야 미안하다. 네가 지겹다는 말은 절대 네버!!! 아니란다), 암튼 두세개 정도만 더 연재하는것으로 그만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뭣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려고 맘을 먹고보니 어쩔수 없이 대략 이쯤에서 맺음을 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아하하 신난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여기저기 손볼데가 너무 많아요. 탈고를 골백번 거친후 올린 글들인데도, 다시보니 어쩜 이렇게 허술한지...쯧.


요즘 글쓰는 일과 사이가 그닥 좋질 않아서 새삼 내외하고 있어요 우리. ㅋㅋㅋ. 뭔가 좀 쉬고싶고 게으름 부리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럴때일수록 끊임없이 글을 올려야 한다고들 하는데 전 죽어도 못하겠어요. 전 충동성의 지배를 받고있는 ADHD잖아요. 근데 요즘 공부하는 애들때매 시중에 약이 마구 남발되고 있어서 정작 우리처럼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에게 돌아올 약이 없다고 해요. 향정신성 의약품을 그렇게 쉽게 생각들 하신다니... 위험한 처사라구요.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ADHD 핑계를 대긴 했지만 암튼 '머리꼭대기'가 끝나면 전열을 가다듬으며 잠시 쉬고싶어요. 몸보신도 좀 할거에요. 히힛. 성격상 불안이 많아서 그리 오래 쉬지는 못하겠지만 여튼 놀생각을 하니 너무 신나네요. 쉬기전에 있을 저의 막판 스퍼트를 지켜봐 주세요. 자 얼마 안남았습니다. 빠이팅^^~!!!

keyword
이전 20화20. 컴온 베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