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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노트] 당신의 시간은 얼마에 팔렸나요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것의 가격표

by 낙원
김필 - "청춘" : 삶의 본질과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성찰을 담아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지구에서 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유일한 종족이라고.


새들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다니고,

고래들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고,

사슴들은 숲을 뛰어다닌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매달 집세를 낸다.

매일 식비를 낸다.

심지어 공기보다 깨끗한 물을 사 마신다.


이상하지 않은가.


'워라벨'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왜 '워크'가 '라이프'보다 앞에 올까.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단어 안에서도 일이 먼저다.


라이프워크는 안 될까.

삶과 일의 균형은 안 될까.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 할 일이 뭐지?"가 아니라

"오늘 어떻게 살지?"였으면 좋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본다. 텅 빈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만 쓸어내리는 그들의 목적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돈을 벌기 위한 곳. 키보드 소리만 기계적으로 울리는, 오후의 침묵에 잠긴 그곳.

숲속의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 않는다.
바다의 물고기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루 8시간씩 헤엄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산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문득 생각한다.
오늘 나는 정말 살았을까, 아니면 그저 하루를 버텼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매일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이 시간을,
우리는 왜 이렇게 급하게 쓰고 있을까.

죽어가는 존재가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시간이 없다며 시간을 판다.
유한한 것들이 무한한 것처럼 굴고 있다.

때로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가 부럽다.
그들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살이 내리면 햇살을 받는다.

그들도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죽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우리처럼 살기 위해 죽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월급날도 없고, 월세도 없다.
그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잎을 틔울 뿐이다.

인간만이 생존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죽어가면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천천히 죽어가는 존재가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하는 이 기이한 시스템.

천천히 죽어가는 존재가 필사적으로 산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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