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안함의 대가에 대하여
소파 위에 올라서서 옆 사람의 손을 잡아보라. 그리고 그 사람을 소파 위로 끌어올려보라. 힘들 것이다.
이번엔 그 사람에게 나를 끌어내리라고 부탁해보라. 버텨볼 수는 있지만, 결국 끌려 내려갈 것이다.
나는 이 간단한 물리법칙 안에서, 인간관계에 작용하는 서늘한 중력을 발견했다.
몇 년 전,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카페에서 일하며 처음 접한 직장 분위기에서, 특정 동료들이 모여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엔 소소한 농담 정도였지만, 점점 날이 갈수록 그 이야기들은 독이 되어갔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어차피 오래 못 버틸 거야", "우리끼리 편하게 지내자"
그 말들 속에 스며들면 편안했다. 함께 누군가를 판단하고, 함께 한숨을 쉬고, 함께 불평하는 것이 연대감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쓰는 것보다, 함께 부정적인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하지만 그 편안함의 대가는 컸다.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졌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마음도 줄어들었다. 동료들과 함께 불평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스스로도 모르게 그 부정적인 에너지에 물들어갔다.
소파 아래로 끌려 내려온 기분이었다.
그때 한 형이 말했다. "너도 저런 대화에 끼고 싶냐? 그럼 계속 그 자리에 있어. 하지만 그게 네가 원하는 모습이냐?"
그 질문에 문득 깨달았다. 나는 끌어올려주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아니, 끌어올려주는 사람들 곁에 있어야 했다.
누구를 곁에 두느냐는 결국, 당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것과 같다.
함께 재수를 했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였다.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재수 생활에서, 그 친구는 나보다 조금 더 성실했다. 나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의지도 약했지만, 그 친구가 옆에서 "오늘도 가자"며 함께 독서실에 가자고 할 때마다 따라갔다.
결과적으로 우리 둘 다 명문대에 간 건 아니지만, 그 친구가 옆에 있어서 적어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그만뒀을지도 모르는데, "내일도 하자"며 서로 다독였던 그 시간들이 나를 끝까지 갈 수 있게 해줬다.
그 친구가 나를 소파 위로 끌어올려준 것이다.
환경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인간도 끌어내리는 힘에 더 쉽게 반응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에너지에 휩쓸리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노력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아래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끌어올려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 노력이 노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고, 즐거웠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꿈꾸고, 함께 도전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본다. 나를 소파 위로 끌어올려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아니면 나를 소파 아래로 끌어내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끌어내리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함께 위로 올라가려고 내미는 그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들은 중력을 거스르는 작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소파 위에서 손을 내민다. 끌어올리기 위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