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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노트] 당신은 행복을 얼마에 팔았나요

돈을 번다는 착각의 진실

by 낙원
윤하 - 별의 조각: 조각조각 팔린 소중함들을 그리며

우리는 시간을 팔고 있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것의 가격표를 목에 걸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시간만일까.
다른 것은 팔지 않을까.

어떤 아이가 아버지에게 돈을 건네며 말했다.
"아빠, 오늘 하루 저와 함께 있어주세요."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새들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며 행복해한다. 새들은 행복을 위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행복을 지불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돈을 번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착각이 시작된다. 돈이 허공에서 생겨나는가. 아니다. 우리는 돈을 사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순간들을 화폐로, 행복을 대가로 돈을 사고 있다.

저마다 다른 가격표를 목에 걸고 있다.
어떤 이는 웃음을 시급으로 환산한다.
어떤 이는 꿈을 월급으로 저당 잡힌다.
어떤 이는 가족과의 시간을 연봉으로 경매에 부친다.

사람들은 말한다. "퇴사하고 싶어. 행복하지 않아." 그러면서도 매일 그 자리로 돌아간다.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행복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행복을 내놓으면서 행복을 되찾으려고 한다.

일주일 동안 판 것으로 주말 이틀을 채우려고 한다. 한 달 동안 저당 잡힌 것으로 휴가 며칠을 되사려고 한다. 1년 동안 양도한 것으로 연말휴가 몇 주를 되찾으려고 한다.

언제나 내어준 것이 되찾으려는 것보다 크다.
불가능한 계산이다.

우리는 이것을 '성공'이라고 부른다.
더 많이 잃을수록 성공이라고 한다.
더 비싸게 양도할수록 능력자라고 칭찬받는다.

우리는 손해를 성공이라고 부른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판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사려고 한다. 불합리한 교환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그 아이가 아버지에게 건넨 돈의 진짜 의미가 이제 보인다. 아이는 아버지가 회사에 판 것을 아버지에게 되팔아주려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를, 아버지의 행복을, 아버지의 시간을 작은 손으로 되돌려주려 했던 것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는 말한다. "돈을 번다."
하지만 사실은 존재를 판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팔아서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사는 우리에게.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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