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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노트]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사랑한다

나의 작은 스승들에게서 배우는 것들

by 낙원
로이킴 - 봄이 와도: 내가 시들어갈 때, 나의 빛이자 우주가 되어준 너에게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아마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CCM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 오직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존재들이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던 갓난아기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크림이와 태리. 내 삶에 들어온 지 5년 된 이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 확신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분명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 얼굴을 핥아주는 것도, 내가 화가 나 있을 때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것도, 내가 집에 돌아오면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주는 그 모든 순간에 아무런 조건이 없다. 내가 잘해줬든 못해줬든, 기분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사랑한다.

가족마저도 때로는 서로를 미워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 아이들만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못된 모습을 보여도, 아무리 바쁘다며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도, 그저 사랑만 해주는 아이들.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존재 이유라는 듯이.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문장만 보면 늘 언젠가 내 모습이겠지 싶어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 며칠 전,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아이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나서 내 이름을 몰라서 찾지 못할까봐.

그래서 요즘 종종 이렇게 말해준다.

"크림아, 형아 이름은 낙원이야. 꼭 기억해둬."
"태리야, 오빠 이름은 낙원이야. 절대 잊으면 안 돼."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할 때가 있다. 언젠가 이별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만큼 내가 온전히 돌려주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나이로 계산해보면 어느새 내 나이를 넘어선 우리 아이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세월이 야속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닐까.

매일 아침 이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다음날이면 지키지 못하는 나의 조잡한 결심 때문에 항상 미안하다. 이 아이들은 나를 1순위로 두는데, 반면에 이 아이들을 1순위로 두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런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할 때마다 더 다가와서 위로해준다. 마치 "괜찮다, 그냥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제야 깨달았다. 인간의 사랑에는 항상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것을. "이만큼 해줬으니까 이만큼 받아야지",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왜 똑같이 사랑해주지 않을까",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할 거야". 우리는 사랑조차 거래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사랑에는 그런 조건이 없다. 그냥 사랑한다. 무조건 사랑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부족해도, 내가 실수를 해도 그냥 사랑한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래서인지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물론 이 아이들과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사랑해야 할 이유가 된다.

이별을 알고도 사랑할 수 있는 것,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은 생명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도 크림이와 태리는 내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그냥 사랑한다. 아무 조건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다.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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