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中 편집

제발 그 질문만은...

by 강연우

그녀는 아무 말없이 웃으며 계산을 마쳤다.
카드와 맡겨 놓았던 외투를 내게 건네주며 짧게 말했다.


“또 오세요.”


나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인사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번 달 임대료는 낼 수 있을까.’


한숨과 함께 시선이 거울에 머물렀다.
거울 속의 나는 조금 더 세련되어 보였지만,
바람이 불면 머리는 흐트러질 것이고,
현실은 여전히 거칠 것이었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오래된 모자 하나를 골랐다.
올리브색 야구모자.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BERLIN 1989.”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를 기다리던 그 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투정도, 비난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그리고 나는,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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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미용실에서,
사소한 대화와 질문이 던지는 삶의 울림.


『제발 그 질문만은』

오늘을 버티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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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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