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기, 그리고 작은 몸의 하루
어제저녁, 9시가 훌쩍 넘은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자
거실 한가운데에 돌돌 말린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딸아이가 그 안에 쏙 들어가 잠들어 있었다.
아내에게 왜 여기서 자냐고 묻자,
워크북을 하라고 하니까 졸리다며 한참을 떼쓰더니
어디선가 겨울 이불을 꺼내와 돌돌 감고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고 한다.
작은 얼굴만 쏙 내민 채 잠든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짠하던지.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
침대에 눕히려 이불째 안아보았지만,
이제는 제법 커진 몸이라
예전처럼 가볍게 품에 안기지 않았다.
괜스레 아이를 깨울까 싶어
나는 조심조심, 이불째로 끌어
안방으로 데려다 놓았다.
자신이 이불에 이끌려
방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평온하게 잠든 딸의 모습은,
꼬물꼬물 말린 이불 때문인지
마치 회전초밥 위의 새우초밥 같았다.
웃음이 났다.
기특하고, 예쁘고, 조금은 안쓰럽고.
그 모든 감정이 한 번에 밀려왔다.
딸을 안방에 눕히고 거실로 돌아오는데
바닥에 떨어진 수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 용기’
아이가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이 두 가지다.
사랑. 그리고 용기.
오늘도 작은 몸으로 하루를 버틴 딸에게
나는 또 한 번,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