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이야기를 멈추겠습니다.

by 따뜻한시선


정호는 올해 마흔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두호가 떠났던 나이였습니다.

두호가 호스피스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던 것은

'벚꽃 한 번만 더 보고 떠나고 싶다.'였습니다.






형님은 저에게 20살 이전에는 부모였고,

20살 이후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형님과 8살 터울인 제가 올해 49살이 되었습니다.

형님 돌아가시고 일을 그만두고 1 년 가까이 쉬었습니다.

이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형이 떠난 49살에는 은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형이 보지 못한 세상의 벚꽃을 마음껏 보려고 했습니다.


은퇴를 꿈꾸며 사업을 시작해 6년 가까이 운영했습니다.

빠르게 시간은 흘렀고 은퇴를 하려 했던 49살이 되었지만,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들을 대부분 잃었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살고 있습니다.

살아 있으니까요.


매일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번은 5킬로 달리기를 합니다.

영어공부와 기타 그리고 피아노 연습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행복하려고요.


제가 형님의 마지막 나이가 되고, 올봄 벚꽃이 피기 시작하니 제 마음속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그런데 별 특별하지도 않은 이야기예요.


그리고 3월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입학식 때 있었던 이야기를 적으며 마음이 편해졌답니다.


일기장으로 남을 이야기를 네이버의 한 카페에 공유했습니다.

‘잘 살았다’, ‘애썼다’라는 위로가 필요했나 봅니다.

그러다 어떤 분이 ‘브런치’라는 곳을 알려주어 여기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정성을 들여 글을 썼습니다.

매번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 어린 답글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힘들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제가 글을 쓴 이유는,

할머니가, 아버지가, 그리고 두호가 너무 그리워서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3개월 일정으로 세부로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영어회화 실력을 늘려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당분간 ‘산37번지’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여유가 생기면 어학원 생활을 틈틈이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못다 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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