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상 속 영원의 철학』 서문

by DrLeeHC

책을 기획하며


어느덧 해가 저문 거실, 당신은 소파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은 아무 의미 없는 빛과 소리를 뿜어내고 있지만 당신의 시선은 허공의 한 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낮 동안 애써 외면했던 수많은 생각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자녀의 미래, 부부간의 침묵, 직장에서의 불안, 그리고 다가올 노년과 희미해져 가는 당신 자신의 모습.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것이 어른의 삶이라고, 책임감 있는 인생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주 사소한 순간에, 당신의 존재를 뿌리부터 흔드는 질문이 찾아옵니다. 늦은 밤 야근 사무실에서 마시는 종이컵 커피의 온기 속에서, 아이의 방문 닫는 소리가 남긴 정적 속에서, 혹은 그저 무심코 바라본 저녁노을의 장엄한 빛깔 속에서, 당신 안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것이, 정말 전부일까?’


이 책, 『당신 일상 속 영원의 철학』은 바로 그 질문 앞에서 멈추어 선 당신과 함께, 그 답을 찾아 떠나는 아주 길고, 깊고, 진솔한 여정의 기록입니다. 이것은 철학자나 성인, 위대한 스승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우리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신’은 더 이상 한 명의 고정된 인물이 아닐 것입니다.


어떤 날 ‘당신’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50대 아버지가 되고, 어떤 날은 아이의 웃음과 울음 속에서 자아를 잊고 살아가는 30대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날에는 지나온 세월의 지혜와 죽음의 그림자를 동시에 마주하는 80대 노인이 되기도 하고, 낯선 세상과 불안한 미래 앞에서 흔들리는 10대 소녀나 20대 취업 준비생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이 땅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거울의 방’이 될 것입니다. 독자인 당신은 수많은 ‘당신’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과거를,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50대 가장은 10대 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잊고 있던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고, 자녀의 마음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20대 청년은 80대 노인의 회고를 통해 삶의 유한함과 지혜의 무게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하려는 접근 방식입니다. 저는 당신의 삶을 분석하거나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의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 얼마나 위대한 진리가 숨 쉬고 있었는지를 함께 발견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의 삶은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가 아니라, 철학 그 자체가 육신을 입고 살아 숨 쉬는 신성한 무대입니다.

이러한 시도 앞에서, 저의 자리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아는 지혜의 정점에 선 현자가 아니라,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 거친 삶의 길을 걷는 순례자일 뿐입니다. 당신보다 몇 걸음 먼저 이 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동서고금의 수많은 지도들을 탐독했을 뿐인 한 명의 동행이자, 길 위에서 발견한 낡은 지도를 함께 펼쳐보고자 하는 충실한 도반(道伴)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쓰는 행위는 저에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제가 오랫동안 탐구하며 느낀 인류의 위대한 지혜의 빛들을 당신과 나누는 ‘전달’의 과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나눔을 통해 다시 한번 제 삶으로 그 지혜를 살아내고자 하는 ‘실천’의 과정입니다.


이 책의 각 장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인 동시에, 저 자신이 그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새겨두는 간절한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우리가 함께 탐험할 지혜의 세계는 ‘영원의 철학 (Philosophia Perennis)’이라 불립니다. 영원의 철학이란, 동서양의 모든 위대한 종교와 사상의 가장 깊은 곳에 흐르는, 보편적이고 변치 않는 진리의 강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20세기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 1894-1963)는 이 거대한 강줄기들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을 『영원의 철학』이라는 그릇에 담아 우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것은 특정 종교나 사상이 아니라, 인류의 모든 위대한 영적 전통들 가장 깊은 곳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보편적 진리의 강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세상에는 힌두교와 불교, 도교,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수많은 우물이 있지만, 그 모든 우물은 땅속 아주 깊은 곳에서 하나의 거대한 수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원의 철학은 바로 그 모든 지혜의 우물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근원적인 진리입니다.


그 진리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첫째, 우리가 보고 만지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들 너머에는, 이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하나의 신성한 실재 (Divine Ground)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늘 위 어느 곳에 존재하는 인격적인 신이라기보다는, 모든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자 바탕 그 자체입니다.


둘째, 당신의 가장 깊은 본질, 즉 당신의 참된 자아 (Self)가 바로 그 신성한 실재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대 인도의 지혜는 이 경이로운 진실을 “그대가 바로 그것이다 (Tat Tvam Asi)”라는 짧은 문장에 담았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고독과 공허함은, 바로 이 장엄한 진실을 잊고, ‘나’라는 작은 역할과 감정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었기 때문에 생겨난 환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이 진리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깨닫고’, 그 깨달음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진리의 강물에서 흘러나온 다양한 지혜의 샘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힌두교의 베단타 철학을 통해 ‘참나 (Atman)’와 ‘브라흐만 (Brahman)’의 합일을,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나’라는 집착의 불을 끄는 실천적인 길을 배울 것입니다. 노자와 장자의 도교 사상을 통해 억지로 애쓰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는 ‘무위(無爲)’의 평화를,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같은 기독교 신비가들과 함께 언어와 개념을 넘어선 침묵의 ‘신성 (Godhead)’을 만날 것입니다. 루미의 시를 통해 신을 향한 수피즘의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함께 영원한 ‘하나 (the One)’를 사유할 것입니다. 또한 영지주의의 ‘앎 (Gnosis)’을 통한 구원의 길, 헤르메스주의의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라는 상응의 비밀, 야콥 뵈메의 심연 속에서 빛과 어둠이 투쟁하는 신비, 잘목시스의 불멸을 향한 수훈, 그리고 스토아 철학의 단단한 지혜까지, 인류가 남긴 모든 영적 자산을 우리의 길잡이로 삼을 것입니다.


이 모든 위대한 가르침들은, 이제 당신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자녀와의 갈등, 부부간의 권태, 직장에서의 불안,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해나가는 살아있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삶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이 지혜들이 어떻게 숨 쉬고 작용하는지를 함께 목격할 것입니다.


이 책, 『당신 일상 속 영원의 철학』은 당신에게 정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깨달음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당신의 삶이라는 위대한 순례의 길 위에서, 가장 정직하고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 당신과 함께 걷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질문하고, 함께 길을 잃고, 함께 작은 빛을 발견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부디, 이 여정에 당신의 손을 내밀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의 모든 평범한 일상이, 실은 영원으로 향하는 신성한 발걸음이었음을, 당신의 존재 자체가 바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리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함께 깨닫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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