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 속에 피어난 이타심의 싹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이 책은 지구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제가 책을 읽고 글을 남기게 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책의 주제와 저의 인연을 떠올리며, 앞으로 이어질 사색의 여정을 이 책으로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도킨스는 원시 지구의 바다를 ‘아미노산이 포함된 원시 수프’로 묘사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안에서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분자가 탄생하였고, 이는 결국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생명체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입니다.
도킨스는 생명체를 ‘유전자를 보관하고 운반하는 생존 기계’로 바라보며, 이를 ‘이기적 유전자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는 다양한 생물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예컨대 꿀벌의 군집 행동이나 포유류의 양육 방식에서 나타나는 이타적 행동조차, 유전자의 생존 전략일 수 있다는 관점은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물론 그의 이론은 여러 비판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명을 해석하는 방식이 생명의 풍부한 다양성을 축소시킨다는 지적도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평가는 결국 독자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느낀 부분은 책의 말미에서 소개되는 ‘밈(Meme)’이라는 개념입니다. 밈이란 유전자처럼 복제 가능한 문화적 정보 단위로, 유행어, 관습, 예술, 종교, 기술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도킨스는 인간이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는 생존 기계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문화라는 새로운 복제자를 창조해 냈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지배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를 이어온 존재입니다. 중생대부터 살아온 악어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과 달리, 인간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삶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왔습니다.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 기계로 길러졌지만, 우리를 만든 존재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 中
유전자의 흐름을 거스르며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 어쩌면 그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타적 본능이며, 우리가 진화해 온 가장 특별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저에게 이러한 질문을 처음 품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유전자가 만든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타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전혀 다른 접근을 제시합니다.
하라리는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인지 혁명’을 들며,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이러한 상상을 서로 나누며 단결할 수 있었고, 협동을 통해 언어와 신화, 법과 윤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사피엔스』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하며 살아남아 왔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유전자의 명령을 넘어선 인간의 이야기, 이제 그 사색의 여정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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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