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그 길은 어떻습니까?

길 위의 남자, 이병문을 기리며

by 박계장

형님,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길은 어떻습니까.
함께 얘기 나눌 길동무는 계신가요.
그곳의 경치는 어떤지요.


가다가 힘이 들면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목도 축이시지요.
쉬엄쉬엄 가시면 됩니다.


이제 그곳에 형님도 계시니
저도 더는 그 길이 두렵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 길을 걸어갈 용기를 내겠습니다.

어제 빈소엔
형님이 예뻐하시던 외손주가 와서
영정 앞에서 장난감을 펼쳐놓고 놀았습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떠나시는 길,
형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우셨을까요.


아직 가족 곁에 더 머물고 싶으셨을 텐데,
예순셋의 이른 나이에
그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했으니
얼마나 애달프고 안타까우셨을까요.


형수님께는 끝내 미안하다는 말조차 전하지 못하고,
그저 두 줄기 눈물만 남기셨다지요.
그 눈물에 담긴 무거운 마음이
제게도 전해져 가슴을 누릅니다.

형님 덕분에 만난 분들,
빈소에서 오랜만에 다시 뵙고
정겹게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돌아보니 형님은 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찌 그런 인연들을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 형님은 전북무주,
부모님 곁으로 가십니다.
제가 배웅해야 하는데,
일에 매여 끝내 도리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자리를 잡으시면,

꿈길에 한 번 찾아와 주시고
언젠가 제가 그 길에 닿으면
반갑게 맞아 주십시오.


그 길에서 다시 뵐 날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은 이렇게 작별인사 드립니다.


형님, 먼 길 평안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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