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과 거절의 연속

3) 누구를 위한 병원이였을까

by 김 고운

간호사님이 주셨던 기준은 단 3가지

1. 종합병원일 것

2. 감염병(수두 포함)이 의심되므로 격리실이 가능한 병원일 것

3. 당일입원 당일진료가 가능한 병원일 것


간호사님과 교수님까지 발 벗고 나서서 알아봐 주시고 입원실에도 계속 전화를 해 주셨다.

나는 혹시나 전화했던 병원에서 연락이 올까 아빠 핸드폰까지 총 동원해 핸드폰 두 대로 검색하고 전화하고를 반복했다.


무슨 정신으로 전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차분히 설명을 했던 곳도 있고

울면서 전화를 했던 곳도 있고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상담원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곳도 있었다.


횡설수설하는 내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하시면서

“요즘 의료진 파업으로 고열이 나도 그냥 가시는 분들도 정말 많아요. 아마 어려울 거예요”

하시는 분들과 계셨고

“안 돼요. 무조건 예약 잡아서 오셔야 합니다.”

“진료는 가능하지만 입원은 안 돼요.”

라는 기계 같이 건조한 음성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8번째 거절을 당할 때쯤, 나는 거의 미쳐갔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냥 검색이 되는 종합병원이라면 닥치는 대로 전화를 했다. 내가 전화를 했던 곳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이 훌쩍 지났을 무렵

S 병원에서 처음으로 회신이 왔다. 입원실이 있으니 오라는 답변이었다.

단. 오전 진료는 12시까지만 가능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답변을 받은 시간은 11시 5분. A 병원에서 S 병원까지 가는 시간은 45분. 아슬아슬했다.

119나 사설 구급차를 타고 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간호사님은 구급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빠를 거라 이야기를 해 주셨다.


간호사님은 교수님 문을 벌컥 열고 말씀하셨다.

“교수님 병원 회신 왔어요! 몇 분 걸리세요?”

“3분!”

교수님은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며 그렇게 외치셨다.

병원에 갈 때 들고 갈 소견서였다.


간호사님도 자리에 앉아 나머지 서류를 작성하시면서 이야기하셨다.

“자 지금부터 보호자님이 해야 할 게 많아요. 정신 바짝 차리시고! 하셔야 합니다!”

나는 고개만 주억거리며 이야기를 들었다. 손에서 땀이 났던 것 같다.


“지금 교수님이 소견서를 작성해 주고 계세요. 소견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3분, 이 시간 포함해서 무조건 5분 안에 수납 마치고 택시 타야 갈 수 있어요.”

간호사님은 서류 뭉치를 내 손에 쥐어주시며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셨다. 어디서 택시를 잡아야 빨리 갈 수 있는지 까지도.

아픈 아빠의 손을 잡고 접수처로 달렸다. 간호사님이 알려주신 대로 번호표를 뽑고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았다. 우리의 수납 순번은 8번째,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 순번을 기다리는 나에게 아빠가 말했다.

“S 병원에 가면 내가 내과에 앉아있을게, 네가 접수하고 와”

나는 아빠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눈도 뜨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와 떨어지는 게 과연 정답일까? 아니. 아니었다. 이대로 아빠와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빠에게 상태가 너무 좋지 않으니 같이 다니면 좋겠다 말했다. 아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우리의 순번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게 5분 안에 수납을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러 정문으로 달려갔다. 택시에 찍힌 도착 시간은 11시 55분이었다.

가는 시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기사님께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빠는 눈 통증을 계속 호소하며 인공눈물을 끊임없이 넣었다.

이제는 인공눈물을 넣어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11시 50분

S 병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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