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희를 받아주실 병원이 있기는 한가요
10월 4일. 드디어 휴일이 끝났다.
엄마가 출근을 조금 미루고 아빠와 나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갔다.
아빠는 대학병원을 가기 전 진료받았던 이비인후과에서 소견서를 받아가길 원했다. 의료파업으로 인해 거절당할 것을 염려한 생각이었다.
당연히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아빠의 상태를 보고 펄쩍 뛰었다. 소견서를 쥐어주며 당장 근처에 있는 A 병원 감염내과에 가라고 하셨다. 엄마는 아빠와 나를 A병원 정문에 내려주었다. 엄마는 가는 내내 세뇌를 시키듯 말을 했다. “꼭 입원시켜 달라고 그래 알았지? 꼭 입원시켜 달라고 그래.”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를 안심시켰었다. 차에서 내려 아빠의 손을 이끌고 접수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내 몫이었다.
그쯤 아빠는 얼굴이 너무 부어 이전 얼굴의 두 배가 되었고 숨 쉬듯 가래가 나왔다. 눈에 통증도 심해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아빠를 이끌고 접수처를 찾아다니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힘들게 찾은 접수처에서는 예약을 했던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당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럴 거면 왜 예약이라는 시스템이 있겠는가. 평소에는 그렇게 예약을 잘하고 다니면서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는 생각조차 못했는지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는 택시를 탔다가는 아빠가 잘못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울컥 터져 나오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직원에게 말했다.
“제가 감염내과에 가서 물어볼게요. 어디인지만 알려주세요. 제발요.”
극성맞은 보호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접수처에서 환자 등록을 하고 감염내과로 달려갔다.
감염내과에서도 당연히 거절을 당했다.
담당 간호사님는 당황하며 다음에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빠가 갑자기 마스크와 겉옷을 벗더니 간호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선생님 제 상태가 이래서 약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을 잠깐만 뵐 수 있을까요.”
아빠는 입술과 입 안이 터져서 피가 나고 새어 나오는 발음으로 그렇게 띄엄띄엄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 번만 선생님을 만나게 해 달라며 사정을 했다. 제발이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달달 떨렸던 것 같다. 안된다는 이야기만 아니게 해 주세요. 거절당할까 봐 속으로 저 말만 외쳤다.
아빠의 상태를 보던 간호사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셨다.
“잠시만요. 교수님께 여쭤볼게요.”
하고는 내가 들고 온 소견서와 함께 교수님 방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뒤 교수님이 시간이 날 때 아빠를 봐주신다고 하셨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빠를 이끌고 의자에 앉아 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환자들이 어느 정도 떠났을 때쯤 교수님이 아빠에게 잠시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아빠의 상태를 보던 교수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수두인가...?” 하시다가
“수두라기에는 애매한데... 원숭이 두창인가...?”
하며 아빠의 상태를 보셨다. 최근 해외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 감염환자와 접촉한 적 이 있는지 물어보셨지만 아빠는 그 무엇도 해당이 되지 않았다. 교수님은 일단 입원을 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수두도 의심이 되므로 격리실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아빠의 입원을 위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여기 A병원에 입원을 할 생각으로 입원실에 연결해 주셨다. 하지면 A병원에는 격리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님과 간호사님이 번갈아가며 전화도 하고 찾아도 가 보셨지만 교수님이 부탁하셔도 어렵다는 말만 3번을 들었다. 마지막 거절 멘트를 듣고 A병원 교수님과 간호사님은 난감해하셨다. 이대로 아빠를 보내기에는 상태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건 아닐까 싶을 만큼 고요했던 몇 초가 지나고
간호사님이 손뼉을 짝! 치며 말하셨다.
“자! 우리 병원이 안된다면 다른 병원에라도 입원해야죠? 병원을 알아봅시다. 지금 의료진 파업으로 의사가 부족해서 입원이 어려울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 아버님은 당일진료 당일 입원을 반드시 해야 해요. 이대로 집에 가시면 장담 못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보게 된다면 절차가 복잡해지니 입원이 가능한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와 입원을 동시에 해달라고 해야 해요.”
그 떼부터 나와 간호사님은 서울에 있는 모든 병원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