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 아빠와 나

by 김 고운

“김자헌 씨 보호자분”

“네”

저 멀리 나를 찾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앉은자리가 거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듯 고개를 바쁘게 돌리며 나를 찾는 한 명의 간호사가 보인다.

간호사가 다시 한번 나를 부른다.

“김자헌 씨 보호자분!”

어쩌면 내 이름이 원래는 보호자 000이 아니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나를 찾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간다.


이제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간호사분들의 설명을 알아듣는다.

어리벙벙했던 시절은 없는 마냥 “아 이해했습니다!” 하며 엄지를 들어 올리는 여유도 잊지 않는다.

한 손으로는 다 쥐지 못할 만큼의 서류 뭉치를 가방에 쑤셔 넣으며 눈으로는 바쁘게 아빠를 찾는다.

저 멀리 오도카니 서서 표지판에 얼굴을 들이민 아빠가 보인다. 아빠가 왜 그러는지 알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팔짱을 끼며 물어본다.

“아빠 뭐 해?” 그러면 아빠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마냥 대답해 준다. “저기 써져 있는 글씨 봤지”

그럼 나도 다시 물어본다 “어때? 보여?” 그다음 대답은 돌아올 때도 있고 너털웃음으로 끝날 때도 있다.


아빠와 팔짱을 끼고 병원을 나서다 보면 앙상하게 마른 아빠의 팔뚝이 느껴진다.

요즘에 아빠가 걱정이 많은지 입맛이 없다며 밥을 평소보다 적게 먹는다. 나는 아빠의 팔을 흔들며 말한다.

“아니 아빠. 내 밥 좀 더 먹어. 똑같이 먹는데 왜 나만 찌고 아빠는 빠지지?”

그럼 아빠는 말한다. “넌 더 많이 먹잖아.”

이미 예상한 대답이지만 나는 그 대답이 들려오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먼저 걸어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흘겨본다. 아빠는 몇 걸음 걸어가다가 옆에 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 뒤를 돌아본다.

내가 아빠를 째려보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기에 아빠는 손을 뻗으면서 말한다.

“알았어 빨리 와.”


우리의 대화는 항상 그렇다.

걸어가는 아빠의 몸은 더 말라갔고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는 듯 가쁘게 숨을 쉬고, 피부는 검버섯이 피어오른 듯 얼룩덜룩하고,

이제는 내가 아빠를 부르지 않으면 나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전처럼 대화를 한다.


그게 내가 아빠와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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