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아무 말 없이 남는 마음이 있다
《말 없는 안부》
에필로그
우리는 살아가면서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은 이별과 마주한다.
한 사람과의 이별,
한 계절과의 작별,
때로는 어제의 나와도
조용히 멀어져 간다.
나는 왜 이 글들을 쓰고 있었던걸까.
쓴다는 건
내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것들을
한 줄씩 꺼내 놓는 일이다.
안부는
꼭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때론 마음속에서만 조용히 부풀어오르고,
누군가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다
스스로 다독이며 끝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미처 묻지 못한 안부들을 안고 산다.
‘그때 힘들지 않았어?’
‘그때 왜 웃고 있었어?’
‘내가 몰라줘서 미안했어.’
그 안부는 누군가의 것이면서,
동시에 내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글들을 쓰며,
내가 놓친 사람들,
내가 지나쳐온 순간들,
심지어는
내가 소홀히 해온 나 자신까지도
하나하나 앉혀보았다.
마음 안쪽의 빈자리는
시간이 채워주지 않는다.
대신,
그 빈자리를 끝내 바라보며 살아가는 일이
우리에게 조금 더 사람다움을 남겨주는 것 아닐까.
전하지 못한 말,
닿지 못한 마음,
끝내 마주하지 못한 얼굴들.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여전히,
우리의 삶에 얇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림자가 있다는 건
빛이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림자를 안고,
살아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말 없이 떠오르는 안부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당신의 삶을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안부는,
닿지 않아도,
우리를 조용히
살아 있게 한다.
안부는 늘 늦게 도착했다.
때로는 계절을 지나,
때로는 관계를 지나서야
비로소 도착한 마음이었다.
편지처럼 늦게 도착했지만,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다.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조용히 답하고 있었던 마음들.
말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건너온 눈빛들.
서운함도, 그리움도, 미안함도
다 말로 꺼내지 못한 채
이름 없는 안부가 되었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묻지 않았고
어떤 마음은, 끝내 묻지 않기로 남겨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침묵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머무는 안부였다.
말 없는 하루에도,
마음 하나쯤은 머물러 있었기를.
묻지 않아야 들리는 안부처럼.
그저,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의 창가 어딘가에
아무 말 없이 내려앉기를.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말보다 앞서는 감정들을 떠올렸습니다.
묻지 않아야 들리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머무는 안부 같은 것들.
그동안 이 글들을 조용히 따라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머문 그 시간이야말로
저에게 가장 깊은 안부였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들이 누군가의 조용한 안부가 되었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에
끝내 전하지 못한 안부 하나쯤
조용히 꺼내어 다독여주시길 바랍니다.
조용히 머물러주신 그 마음에
다시, 안부를 전합니다.
이제 이 글은 닫습니다.
하지만 안부는 늘,
문득 다시 떠오르는 마음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2025년 여름
'숨결로 쓰는 biroso나' 드림
"당신 마음에도,
조용히 내려앉은 안부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