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보전 관람기

오사카시립미술관에서 천년의시간 속을 걷다

by KOSAKA

사계절 중 가장 걷기 좋은 봄날, 나는 오사카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덴노지 공원의 녹음은 제법 짙었고, 박물관 입구로 향하는 길목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관광객들의 셔터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유리문 너머로 들어선 순간, 세상의 소리는 갑자기 멎었다. 마치 시간 자체가 조용히 멈춘 듯한 그 공간에서,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간직해온 천 년의 숨결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국보전(日本国宝展)》. 오사카시립미술관의 리뉴얼을 기념하여 열리는 이 특별전은,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한 일본 각지의 주요 박물관과 사찰이 소장한 국보들을 한자리에 모은, 드물고도 장대한 기획이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앞두고 열리는 문화행사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전시로 평가받는다.


입장권을 손에 쥐고 천천히 전시장으로 향했다. 복도 끝, 조명이 어두워지며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많은 전시회가 그렇듯이 국보전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는데, 유일하게 허락된 것이 상륜부(相輪部), 즉 불탑의 꼭대기 장식이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조형물은, 원래는 절의 지붕을 장식하던 것이었지만, 그 존재감은 하나의 예술을 넘어선다. 높이 솟은 연꽃 봉오리와, 양옆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불꽃문양은 강철처럼 차갑고 신성하면서도, 어딘가 인간의 기도처럼 따뜻한 울림을 준다. 나는 그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이 무거운 청동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바람을 맞고 비를 견디며 절의 지붕 위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물건’이 아니라 ‘서사’였다.


그러나 진정한 충격은, 조명 한 켠에 놓여 있던 하나의 도기에서 왔다. 그것은 바로 조몬 시대의 불꽃무늬 토기(火焰型土器). 나는 그 눈부신 유물 앞에서 거의 말을 잃었다. 도기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다 담을 수 없는 그 형상. 불꽃 같기도 하고 파도 같기도 하며, 어디에선가 얼굴이 나올 듯한 환상의 형태. 약 4000년 전의 사람들이 흙으로 빚은 이 유기체는, 오늘의 우리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훨씬 더 생생한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이 조몬 토기의 용도를 확정하지 못했다 한다. 요리 도구인지, 제사 용기인지, 혹은 단순한 장식품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용도가 아니라 감정이었을지도. 생존을 넘어선 ‘표현’의 충동,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 그렇게 만들어진 곡선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는 여기 있었고, 너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상은 남는다.”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불상, 경전, 회화, 갑주, 그리고 서예에 이르기까지 국보라는 이름이 붙은 수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지 ‘지정된’ 예술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유물들이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존중이, 그것들을 국보로 만든 것이다. 일본의 ‘국보’ 제도는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그 시대의 예술성과 공예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품는 과정을 반영한다.


오사카시립미술관의 구조는 오래되었지만, 전시의 흐름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다. 공간 안의 침묵, 조명의 강약,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 나는 어느새 역사책도, 오디오 가이드도 듣지 않고, 눈 앞의 작품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국보들은, 말이 없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물관을 빠져나와 덴노지 공원을 걷는데, 머릿속에는 여전히 조몬 토기의 곡선이 맴돌고 있었다. 그 불꽃 같은 형상은 내가 사는 지금 이 도시와도, 내 하루와도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지 않는다. 예술은, 시대를 감싸 안고 오늘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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