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JE
우린 사귀기 시작하고, 나의 하루는 온통 그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난 화장 연한 게 좋더라” 한마디 하자, 난 그 말 하나에 진했던 화장을 포기하고 거의 생얼로 다니기 시작했다.
“노출 없이 학생처럼 단정하게 입는 게 좋아”라는 말에는, 늘 입던 달라붙고 비치던 옷들을 서랍 속에 넣고, 스타일을 아예 바꿔버렸다.
정작 그는, 내가 변한 걸 알아채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가 좋다면 나도 좋았고,
그가 슬프면 나도 덩달아 슬펐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귄 지 한 달쯤 되었을까.
무더운 여름방학, 나는 그의 집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전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
전 여자 친구가 써준 편지를
자랑하듯 나에게 보여줬다.
“이걸 왜 나한테 보여줘?”
조심스레 묻자 그는,
“이것도 다 추억이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토라졌고
“아, 응...” 이라고만 겨우 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 책상 이제 너로 채워가면 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의 흔적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지워...’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 됐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