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JE
사랑은, 때때로 그 사람의 눈빛을 보면서 끝나버린다.
같이 있는 순간보다, 그가 누구를 바라보는지에 더 예민해지고
그 시선 끝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낄 때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쳐갔다.
그는 항상 내 옆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자꾸 어딘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면서도
그의 일부는 그때 그 누군가에게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점점 더 외로워졌다.
결국 여름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내 마음은 한겨울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시간 좀 갖자. 나 너무 힘들어. 생각할 시간 좀 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어. 너 힘들면…"
단 한마디로 우린 그렇게 멀어졌다.
그 후 며칠,
나는 혼자 고민하고, 울고, 또 다짐했다가
다시 무너지는 밤들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를 통해 들은 그의 말.
"왜 갑자기 시간을 갖자는지 모르겠어. 너무 혼란스럽다… 그래도 난 기다릴 거야."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4일 뒤, 그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생각 좀 해봤어?"
나는 숨을 크게 쉬고 대답했다.
"응, 우리 다시 잘해보자. 나 너 아직 좋아해."
첫 번째 고백은 그가,
두 번째 고백은 내가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고마워. 사랑해."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 함께 등교하고, 같이 집에 돌아왔고
비 오는 날엔 늘 내 우산까지 챙겨주는 그에게
나는 조금씩 다시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사랑은 가끔 그렇게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걸
그 여름, 나는 믿었다.
그리고 그 여름의 끝에서
나는 한 번 더, 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