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이별의 시작

10.JE

by JE

다시 함께한 날들은 분명 행복했다.
아침이면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고,
수업이 끝나면 먼저 다가와 기다리던 그의 모습에
나는 다시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여전히 내 우산을 챙겨주었고,
손을 꼭 잡고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 따뜻함에
나는 조금씩, 다시 마음을 열어갔다.
다시 함께한 우리의 시간은,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처럼 뜨겁고 눈부셨다.

하지만 이상했다.
행동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의 눈빛과 표정은 서서히,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를 바라볼 때마다 느껴졌던 온기가
어느 순간부터, 어쩌면 내가 모르는 새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의 행동은 여전히 다정했고,
내게 친절했지만,
그 다정함 속에 숨겨진 거리감을
나는 본능처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내가 예민한 거라고 생각했다.
'괜히 나 혼자 오해하는 걸 거야.'
'조금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며
나는 작은 불안들을 덮어두려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나는 내 감정을 부정하고, 숨기고, 속이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너져갔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질수록
나는 더 애쓰게 되었고,
그의 마음이 멀어질수록
나는 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누군가를 향해 온 마음을 쏟는다는 건,
그 마음이 닿지 않을 때
너무 쉽게 부서져버린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루는 친구가 나를 불러 세워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네 괜찮은 거 맞아?
요즘 너네 둘 다 엄청 불안해 보여...
뭔가, 헤어질 것 같아."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던 내 불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을 거야.
근데... 요즘 좀 힘들긴 해."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정작 나조차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너졌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뜨겁게 불타던 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었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한겨울처럼
싸늘하고 쓸쓸해져 있었다.

가을이 다가올수록
거짓으로 버티던 관계도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웃을 수 없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도
숨길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그의 옆에 있었지만
혼자였다.

아무리 함께 있어도
아무리 손을 잡아도
그의 마음은 먼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지쳐갔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했다.
혹시 내가 조금만 더 참으면,
조금만 더 애쓰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애쓴다고, 매달린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가을,
나는 혼자가 아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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