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만큼

Ha.27

by JE

아침, 술을 마신 몸으로 학교에 갔다.
몸이 무거웠지만,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래,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
혼자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카페로 갔고, 나는 담배를 한 갑 가까이 폈다.
“별일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별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점심을 먹었다.
노래방으로 향했다.
시끄럽게 웃고 소리쳤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리고 또 카페에 갔다.
거기서도 담배 한 갑을 피웠고, 커피도 두 잔 마셨다.

몸은 점점 텅 빈 느낌이었다.
속은 비어가는데, 애써 외면했다.
그냥, 버티고 있었다.

“모두가 망가졌구나 싶을 만큼 나도 망가지고 싶다.”
나는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말했다.
“이미 모두가 망가진 걸 알 것 같아.”

친구는 덧붙였다.
“예전엔 힘들면 울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 뭐 힘든데 어쩌겠어. 망하면 죽어야지 뭐.”
그 말에 감정이 얼어붙은 듯했다.
체념이, 무감정이, 그들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감정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분노와 허무가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벽을, 아니 소파를 마구 쳤다.
손에는 동그란 상처가 났고, 새끼손가락에는 멍이 들었다.
“이게 내 몸이구나.”
부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학원에 도착했다.
밥을 억지로 토해냈다.
하지만 음식은 다 올라오지 않은 것 같았다.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듯한 이물감이 계속되었다.
가래가 끼고, 목은 따갑고, 숨은 답답했다.

그리고 이상한 감각이 찾아왔다.
걷는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내 발이 땅을 딛고 있나?”
그 감각이 모호했다.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고, 앞이 흐릿했다.
몸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keyword
이전 26화감정의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