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29.Ha

by JE

그렇게 나는, 나 자신조차 아파하고 있는지, 힘든지조차 모른 채 한 달여를 살아갔다. 하루하루를 느끼는 것 없이 흘려보내면서, 내 몸과 마음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져갔다. 몸에 상처를 만들면서도, 나는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무언가가 내 안에서 조용히 갈라지고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야, 너 힘든 거야. 너 힘들다는 걸 먼저 인식해. 진짜 그러다 죽을 수도 있어.”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눈물이 나지도, 일상이 흔들리지도 않았으니까. 내 안의 무너짐이, 내 감정의 공허가, 외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는 계속 말했다.
“힘들다는 걸 인정하면 더 힘들까 봐, 무너질까 봐 외면하는 거잖아.”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애써 숨기고 웃으며 외면하던 사실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부끄러웠고, 동시에 이상하게 안도감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끝끝나 내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도,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도, 나 자신에게 입을 열 수 없었다.

방학 내내 나는 죽은 듯 살아갔다. 웃고 있어도 기쁘지 않았고, 슬퍼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그저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시선도, 어떤 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투명한 유리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나는 그저 존재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나는 내 몸에 새기기 시작했다. 손끝과 손톱으로, 내 가슴과 팔과 다리에 하나하나 상처를 남기며, 내 무너짐을 기록했다. 상처를 통해서라도, 내 안의 공허와 무력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피가 흐를 때마다, 나는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내가 얼마나 깊이 무너져 있는지도 보여주는 증거였다.

밤이면,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를 향한 절망과 공허가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면서도,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감정을 느끼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나 자신이 무너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버텼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웃지만 웃지 않는 얼굴로, 눈물도 화도 없는 무덤덤함 속에서. 상처로 나를 기록하고, 상처를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나는 한 달여를 버텼다.

keyword
이전 28화나도 모르게